경영계 “중기 심각한 영향” 우려에도…‘영업익 5% 과징금’ 강행
산안법 개정안, 상임위 통과
연간 3명 이상 사망사고 기업
노동부에 등록말소 요청 권한 부여
경영계 “기업 활동 위축” 우려
입력2026-02-12 18:41
수정2026-02-12 18:57
지면 6면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법안이 12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국민의힘 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경영계에서는 이번 법안을 두고 기업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노동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후노동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야 간 어떠한 협의도 없이 법안소위를 기습 소집해 입법 독주를 자행했다”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안은 안전·보건 조치 위반에 따른 산재로 1년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하는 기업에 영업이익 5%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공공기관 등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과징금 상한선으로는 ‘30억 원 미만’을 설정했다. 현행법상 벌금·징역형 등 형사처벌에 더해 과징금까지 부과해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과도한 이중 제재’라며 즉각 반발했다. 야당 간사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회의에서 “처벌을 전제로 한 대책이 산재를 실질적으로,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냐고 질문했고 예방책도 함께 준비해달라고 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여당 간사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법안은) 가족에게 ‘잘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출근해 저녁에 퇴근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없게 하려는 것”이라고 맞섰다.
개정안은 중대재해가 반복된 건설사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관계 부처에 등록 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 3년간 영업정지 처분을 두 차례 받은 뒤 다시 영업정지 사유가 발생하면 대상이 된다. 등록이 말소되면 신규 사업, 수주, 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이 중단된다.
경영계는 과도한 처벌로 기업 경영 활동의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법안은 경제적 제재 수준이 비현실적으로 높아 대규모 사업장에 천문학적 비용이 부과될 수 있다”며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산재 감소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과징금 제도를 신설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통상 과징금 제도가 법 위반 행위로 얻은 불법적 이득의 환수를 목적으로 한 점을 고려하면 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산재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국회에 가서 싹싹 빌어서라도 설득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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