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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자형 성장’ 딛고 ‘K성장’으로

고용·수출 곳곳에 양극화 그늘 짙어져

저출생·고령화 늪 빠진 저성장도 심각

미중일, 국가 주도 제조업 육성에 총력

‘K혁신’으로 생존·번영의 활로 열어야

입력2026-02-13 06:00

지면 34면
문성진

문성진

논설실장

문성진 논설실장 칼럼 최종
문성진 논설실장 칼럼 최종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일 신년사에서 경제 양극화가 우려되는 ‘K자형 성장’을 거론하자 일각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통화정책을 맡은 당사자의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점, ‘신산업 육성’이라는 처방이 모호하다는 점 등이 비판의 포인트였다. 한 주 뒤인 9일 이재명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회의에서 “지금은 과거와 다른 소위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2%대 성장을 기대하지만 양극화의 그늘이 짙다. 특히 고용시장의 K자형 양극화가 심각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15~29세) 고용률은 45%로 떨어져 60세 이상 고령층 고용률(47%)에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11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서는 청년층 고용률이 43.6%로 더 낮아져 21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사상 최초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수출에도 양극화의 골이 깊다. 지난해 전체 수출 증가액은 261억 달러인데 반도체 증가액이 315억 달러에 달해 나머지 산업의 수출은 54억 달러나 줄어든 셈이다.

K자형 성장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며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이 논의가 경제 불균형 해소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성장 담론을 제약하는 쪽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국가 역량을 총동원한 성장 동력 회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미국(2.4%)보다 낮게 잡았다. IMF의 예상대로 경제가 흘러간다면 한미 간 성장률 역전 현상을 4년 연속 이어가게 된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해 10월의 IMF 전망에 비해 한국은 0.1%포인트 오른 반면 미국은 0.3%포인트나 올랐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한국보다 성숙된 경제인 데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16배가량 큰데도 더 역동적인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미국 경제의 역동성은 부단한 혁신과 활력에 답이 있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GDP 성장률의 70%가량은 인공지능(AI) 투자와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 소비에서 나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만성화된 저출산·고령화와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다시 성장 엔진에 불을 지필 K반도체·K조선·K원전·K방산·K바이오·K배터리 등이 남아 있다. 마치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게 한 ‘12척의 배’처럼 말이다. 문제는 그 12척의 배를 제대로 이끌 리더십이 존재하느냐에 있다. 정부와 기업이 ‘2인3각’ 리더십을 발휘해 K제조업을 키워야 한다. 일단 기업인들의 자세는 다부지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2026년은 대한민국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가 될지 모른다”며 결기를 세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임원 세미나에서 “지금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혁신을 강조했다. 기업의 분투 의지가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뒷받침할 차례다.

‘성장의 대전환’을 표방한 정부는 눈을 밖으로 돌려 미국과 중국·일본을 봐야 한다. 미국은 고율 관세와 강력한 감세, 규제 완화와 투자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 제조업 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에 이어 ‘중국표준 2035’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국가 주도 산업 부흥’을 핵심으로 하는 사나에노믹스를 기치로 총선에서 집권 자민당이 역대 최다 의석인 316석을 얻는 대승을 이끌어냈다. 미중일의 움직임은 제조업 경쟁력이 국력의 핵심 요체임을 웅변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제조업 중심의 ‘K성장’을 발판으로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던 우리나라가 ‘글로벌 톱10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K제조업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규제 혁파와 성장 친화적 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노란봉투법의 제도 보완을 서두르고 주 4.5일제, 일률적 정년 연장의 일방적 추진은 자제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이 앞에서 끌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환상의 팀 플레이를 한껏 살려야 할 때다. 그렇게만 된다면 K반도체·K조선·K원전·K방산·K바이오·K배터리 등을 앞세운 세계 최강 제조업 국가로의 도약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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