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재판소원 작심비판한 조희대…“국민에 엄청난 피해”

■대법원장 이례적 공개 반박

사실상 4심제 비용·시간 부담 우려

대법관 늘릴경우 1·2심 기능 축소

“국회와 협의해 설득하겠다”지만

내세울 수 있는 카드 없다 지적도

입력2026-02-12 18:45

수정2026-02-12 23:43

지면 29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 개편 법안이 강행 처리되는 데 대해 12일 “국민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라며 공개 반박했다. 조 대법원장이 공개적으로 재판소원 등에 관해 의견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이 ‘대법관증원법과 재판소원법 법제사법위원회 통과에 대한 입장’을 묻자 “여러 차례 말씀드린 것처럼 이 문제는 헌법과 국가 질서의 큰 축을 이루는 문제”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국회 법사위는 전날 법원 재판의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두 법안 통과에 더해 법왜곡죄까지 민주당의 3대 사법 개혁안이 본회의 상정만 남게 됐다. 법왜곡죄는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에서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거나 사실을 조작할 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도 재판소원이 실제 도입되면 △권리 구제 장기화 △사회적 비용 증가 등을 우려하고 있는데 조 대법원장 역시 이런 차원에서 오히려 국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법원장이 ‘국민 피해’를 언급한 것은 대표적으로 재판소원법 때문이다. 재판소원은 대법원이 내린 최종 판결이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을 위반했는지 헌법재판소가 심리하는 제도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로펌 대표 변호사는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가 된다”며 “3심에서 확정된 사건이 다시 헌재로 가게 되면 판결 확정까지 수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이 우려한 것도 이 대목이다. 조 대법원장은 평소 재판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신속한 권리 구제’라고 입장을 밝혀왔다. 절차가 한 단계 늘어나는 만큼 이 원칙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분쟁이 신속하게 종결되지 않아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대형 로펌의 판사 출신 변호사도 “(대법원 단계에서) 승소자 입장에서는 정의가 지연되는 것이고 패소자 입장에서는 뒤집힐 가능성이 크지 않은 절차에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체 사회적 비용 관점에서는 실익 대비 시간과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부유층이나 기업이 재판소원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 또한 나온다.

이 밖에 조 대법원장이 지적한 대법관 증원 문제에 대해서도 1·2심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정된 인력에서 대법관을 늘리면 1·2심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법왜곡죄에 대해서도 이 부장판사는 “법왜곡죄는 독일에서도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라며 “판검사가 고의로 법리를 왜곡하는 것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실제 적용은 드물지만 판사와 검사를 압박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대법원장은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피해가 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대법원이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 (본회의 통과 등) 최종 종결된 것이 아니라 그 사이에도 최종 대법원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하고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딱히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판소원에 대한 대상을 줄이거나 사건 폭증·지연을 막는 장치 등을 두고 국회와 협의해나가는 수준일 것이라는 추측이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은 ‘독일식 재판소원’ 방식을 꺼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은 무분별한 재판소원을 막기 위해 재판소원 대상을 엄격히 판단해 재판소원 청구 중 95% 이상이 각하나 기각된다. 기본권 침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아예 재판소원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