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면세점 ‘과열 입찰’ 끝났다…롯데·현대, 수익성 재편
객당 임대료 40% 낮춘 ‘보수적 투찰’
면세업계 체질 전환 신호탄
입력2026-02-17 06:00
9000원대 객당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신라·신세계가 위약금을 내고 떠난 자리에 롯데와 현대가 출사표를 던졌다. 2023년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은 ‘얼마를 더 쓰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이번에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를 겨루는 구도로 바뀌었다. 공항 면세점 사업의 패러다임이 외형 경쟁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조만간 특허심사위원회를 열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DF1(향수·화장품)·DF2(주류·담배) 구역의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30일 사업제안서와 가격 평가를 합산해 호텔롯데(롯데면세점)와 현대디에프(현대면세점)를 적격사업자로 선정, 관세청에 통보했다.
지난달 20일 마감된 입찰에는 롯데와 현대 두 곳만 참가했다. 사업권을 반납했던 신라면세점은 “소비패턴의 변화와 환경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참여의향서까지 제출했으나 마감 직전 제안서를 내지 않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 입찰 설명회에 참석했던 아볼타(옛 듀프리)와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도 최종 응찰에는 나서지 않았다.
롯데면세점은 2023년 입찰 탈락 이후 시내·온라인 면세점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바 있다. DF1을 확보하면 약 3년 만에 인천공항에 복귀하며 면세업계 1위 재탈환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대면세점은 기존 DF5(럭셔리 부티크)·DF7(패션·잡화)에 이어 세 번째 인천공항 구역을 확보, 후발주자에서 공항 면세 강자로 도약한다.
두 업체의 수익성 전략은 갈린다. 롯데는 희소성 높은 하이엔드 상품과 체험형 요소로 차별화를 꾀하고, 현대는 토스 협업 ‘페이스페이’, 무인 판매기 ‘스마트셀러’ 등 디지털 기반 운영 효율화에 방점을 찍는다.
낮아진 임대료가 수익 구조를 개선할 여지를 열었지만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인천공항 여객은 2025년 7407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찍었으나, 같은 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2조 53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9% 줄었다. 중국 단체관광의 개별 관광 전환, 올리브영·다이소 등 가성비 채널로의 소비 이동, 온라인 면세 확대 등이 객단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객당 임대료가 6000원 이하로 정해진다면 사업 1년차부터 영업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돼 업종 전반에 잠재해 있던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일본 수요 둔화와 환율 변수가 겹칠 경우 객단가 정체로 수익성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양사는 올해 7월 1일부터 2033년 6월까지 최소 7년간 해당 구역을 운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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