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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위 잘라낼 뻔”…수술 없이 위암 완치한 비결

■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위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암 발생률 5위

초기 단계 발견 시 내시경만으로 완치 가능

암세포의 위벽 ‘침범 깊이’ 예측이 핵심 기준

“AI 탑재 내시경, 정교한 의사결정에 도움”

입력2026-02-13 14:01

수정2026-02-13 23:45

지면 20면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내시경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웨이메드 엔도’를 활용해 촬영한 위내시경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김지현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내시경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웨이메드 엔도’를 활용해 촬영한 위내시경 영상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13일 강남세브란스병원 본관 1층 소화기내시경실. 김지현 소화기내과 교수가 이날 오전 위 내시경을 시행한 환자의 영상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핸들 조작에 따라 빠르게 전환되는 동영상에 시선을 집중하다보니 위 점막의 한 켠에 흰색 동그라미가 표시됐다. 긴박하게 오르내리던 모니터 하단의 수치가 0.7~0.8에 도달하자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김 교수가 의료 인공지능(AI) 업체 웨이센과 함께 개발한 위·대장 내시경 진단 보조 솔루션 ‘웨이메드 엔도’를 활용하고 있는 장면이다.

웨이메드 엔도는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AI로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융기, 함몰과 같은 위 점막의 이상 병변을 감지하고 의료진에게 알려준다. 선종과 조기 위암, 진행성 위암 등을 잡아낼 뿐 아니라 위암 침습 깊이도 예측할 수 있다. 딥러닝 방식을 통해 내시경 영상과 병리 데이터를 함께 학습한 AI 엔진을 탑재한 덕분이다. 최근에는 위암이 많이 생기는 환자의 위 점막과 유사하다고 판단되면 AI가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포지티브 알람’을 제공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김 교수는 “위암일 가능성이 더 높아지면 숫자가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더욱 강력한 위험 신호를 보낸다”며 “시술자가 병변을 더 찬찬히 살펴보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내시경 시술을 담당하는 의사의 행동과 태도를 변화시켜 진단의 정밀도를 한층 높이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한때 한국인 암 발생 1위였던 위암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5위로 내려앉았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올해 초 발표한 2023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위암 신규 환자는 2만 8943명으로 전체 암 발생의 10.0%%를 차지했다. 덜어먹는 식문화 확산으로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낮아지고, 내시경 검진이 보편화하면서 암 발병 전 단계에 위장질환을 치료하는 빈도가 높아진 점이 주효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권고하고 있다.

위암은 발견 시기에 따라 생존율 차이가 극명하다. 암세포가 위장을 벗어나지 않은 ‘국한’ 단계에서 발견될 경우 5년 상대생존율이 98%에 육박한다. 반면 암세포가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퍼진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7.5%에 불과하다. 문제는 초기 위암 환자의 80% 이상이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에 정부는 국가검진사업을 통해 만 40세 이상 성인에게 증상 유무와 관계 없이 2년 주기로 위내시경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 단계에 발견된 위암은 배를 가르는 수술 대신 내시경 절제술 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일회용 칼이 달린 특수내시경으로 대장 용종을 떼어내듯 초기 위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내시경 점막하박리술(ESD)이라고 한다. 위를 절제하지 않아도 되니 환자 입장에선 일상 복귀가 빠른 것은 물론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 이때 내시경 절제술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침범 깊이’다. 암세포가 위벽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에 따라 치료 방법이 갈리는데, 보통 암이 첫번째 층인 점막층에 국한돼 있고 크기가 2cm 이하일 때 위절제 없이 ESD를 고려한다. 깊이 예측에는 흔히 벽을 스캐닝해 암세포가 어느 층까지 퍼졌을지 예측하는 내시경초음파가 활용돼 왔다. 이 방식은 시술자의 숙련도나 병변의 위치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와 같은 베테랑은 내시경 영상에 포착된 암의 모양만 보고도 침범 깊이를 예측하기도 하는데, 이 마저도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환자를 한 명도 놓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의료 현장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생소하던 시절, 김 교수가 웨이센과 손잡고 AI 기반 내시경 진단 보조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이유다. 김 교수는 “딥러닝의 신경망 구조에 많은 수의 내시경 영상을 학습시킨다면 숙련된 의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침범 깊이를 예측할 수 있고 의료진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며 “상급종합병원에는 수술과 내시경 절제술의 기로에 서있는 환자가 많은데 의료진이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약 4년 전부터 소화기내시경실의 모든 기기에 웨이메드 엔도를 탑재해 운영 중이다. 김 교수팀이 최근 베트남 소화기학회에서 발표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조기 위암에서 AI의 진단 성능은 민감도 96%, 특이도 95%, 전체 정확도 96%로, 내시경 전문의(정확도 71%)보다 현저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AI 도입 이후 내시경으로 충분히 치료 가능한 환자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권고했던 비율이 현저히 줄었다는 연구 결과도 확보했다. AI가 조기 위암 탐지를 넘어 병변의 침윤 깊이 예측 영역에서도 전문의 수준 이상의 임상적 판단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김 교수는 “사람은 ‘크기가 작은 병변은 깊이도 얕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휘둘리기 쉬운 반면 AI는 오직 데이터에 기반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전문의를 완벽히 대체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그는 “AI는 임상 현장에서 더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돕는 파트너”라며 “이러한 혁신 기술이 하루라도 빨리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으려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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