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 대신 매력 발산”…150조 펀드 두고 ‘투자 세일즈’
금융위, ‘5극 3특’ 전략 맞춰 펀드 40% 비수도권 배정
‘국비 따기’서 ‘투자 유치’로…지방행정 패러다임 대전환
호남 ‘AI·에너지’, 영남 ‘금융·제조’, 충청 ‘첨단산업’ 각축
입력2026-02-16 09:00
대한민국 경제 지형을 뒤흔들 ‘150조 원’의 거대한 자금 물결이 시작됐다. 정부가 미래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역대 최대 규모의 ‘국민성장펀드’가 닻을 올리면서, 비수도권에 배정된 60조 원(전체의 40%)을 선점하기 위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산 따기’에서 ‘투자 받기’로…확 바뀐 지방 행정
이번 펀드 운용의 핵심은 ‘상향식(Bottom-up)’ 투자다.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상을 내려꽂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업을 중심으로 아이템을 직접 기획해 제안하면 펀드가 자금을 공급하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은 지방자치단체의 생존 공식을 뿌리째 바꾸고 있다. 과거 중앙부처를 찾아다니며 국비 예산을 읍소하던 ‘호소형 행정’에서 벗어나, 이제는 민간과 정책 금융에 매력적인 수익 모델을 제시해 투자를 이끌어내는 ‘세일즈 행정’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다.
실제로 주요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으로 ‘매칭 펀드’를 조성해 투자 리스크를 분담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또한 부산은행(BNK), 대구은행(iM뱅크) 등 지방 거점 은행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도 한다.
◇2030년까지 150조 투입…지역 균형발전 ‘마중물’ 기대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민성장펀드는 민간이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인프라나 고위험 첨단산업 투자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부담하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인공지능(AI), 반도체, 미래차, 이차전지 등 파급효과가 큰 대형 사업에 △직접 지분 투자 △간접 지분 투자 △기반(인프라) 투·융자 △초저리 대출 등 4개 유형으로 투입된다.
최근 전남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펀드 1호 투자처로 확정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60조 원 이상의 비수도권 배정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면서도 “지자체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산업 생태계와 수익 모델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전국은 지금 ‘특화 산업’ 무기로 각축전
각 지자체는 저마다의 ‘지역 특화 산업’을 무기로 내세우며 펀드 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호남권(광주·전남·전북)은 ‘AI와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미래차 핵심부품 생산기지, 국가 AI 컴퓨팅 센터 등 인프라 확충을 노리고 있다.
동남권(부산·울산·경남)은 인공지능(AI)·로봇 융합과 배터리 소재 확대를 비롯해 조선·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친환경·스마트 전환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대구·경북(TK) 반도체 핵심소재 생산 관련 기업들을 펀드 매칭 1순위로 올렸다.
이 밖에 충북은 제조업 공장의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팩토리 전환 구상을 제시했고, 충청권에서는 반도체 첨단 이종 집적 패키징과 배터리 생산설비 등 첨단산업 투자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