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스스로 판단하는 항만” 부산항, 자동화 넘어 ‘AI 두뇌’ 장착한다

8921억 원 투입 ‘AI 항만’ 전환

2030년 생산성 30% 향상 목표

국내 항만 최초 종합 로드맵 수립

한국형 자동화터미널 해외 수출도

입력2026-02-17 09:00

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제공=BPA
부산항 신항 전경. 사진제공=BPA

부산항이 ‘자동화 항만’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인공지능(AI) 항만’으로의 대전환에 나섰다. 정부가 내건 ‘AI 3대 강국 도약’ 전략에 발맞춰 항만·물류 전 영역에 AI를 이식, 2030년까지 컨테이너터미널 생산성을 30% 끌어올리고 인명사고 ‘제로(0)’를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이다.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한국형 자동화터미널을 완성해 해외시장에 수출하겠다는 구상까지 담았다.

18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이 기관은 최근 ‘부산항 AX(AI 대전환)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본격 실행에 들어갔다. 이 계획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와 해양수산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 반영된 시책, 항만·물류업계와 연구기관 의견을 총망라한 국내 항만 분야 최초의 AI 종합 로드맵이다. 비전은 ‘미래형 초연결 인공지능 항만’이다.

이번 AX의 출발점은 ‘기술 자립’이다. BPA는 지난해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AI부를 신설하고, 경영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AI 실무추진단을 구성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네이버클라우드, 현대자동차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피지컬 AI 적용 방향도 구체화했다.

핵심은 AI 기반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 완성이다. 신항 서컨테이너 2-6단계에 국산 컨테이너 크레인과 트랜스퍼 크레인을 도입하고, 이를 통합 제어하는 ECS(Equipment Control System)를 구축해 장비·운영 데이터의 주권을 확보한다.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컨테이너 최적 적치 위치를 스스로 판단하고, 디지털트윈으로 운영 시나리오를 사전 검증하는 체계를 더한다. 자율주행 야드트럭과 궤도 기반 트램셔틀까지 도입되면 항만 내부 운송은 사람 개입 없이 이뤄지는 구조로 전환된다.

이는 단순 자동화를 넘어 ‘두뇌를 갖춘 항만’으로의 진화다. 장비·시스템·데이터를 우리 기술로 설계하고 AI를 얹어 글로벌 시장에 통째로 수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물류 흐름도 재설계한다. 트럭기사 1만7000명이 사용하는 통합 모바일 플랫폼 ‘올컨e’에는 음성 대화형 AI가 탑재돼 민원 응대와 반출입 절차를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항만 혼잡 상황을 반영한 AI 예약·방문시간 추천 기능으로 게이트 병목도 줄인다.

해상 영역의 ‘Port-i’ 역시 고도화한다. 선박·화물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환적 이상을 탐지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AI가 대체 선박을 추천한다. 여기에 선박 도착시간 예측과 선석 시뮬레이션 기능을 결합해 선석 운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글로벌 주요 항만과 데이터를 연계하는 한국형 선박 기항 최적화(K-PCO)도 추진해 부산항을 국제 물류 표준의 시험대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BPA 관계자는 “육상과 해상, 항만 내부를 하나의 데이터 네트워크로 묶는 ‘항만물류 AI 고속도로’가 구축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AX의 또 다른 축은 안전이다. BPA는 ‘AI가 지키는 사고 제로 항만’을 목표로 365일 실시간 안전 감시 체계를 도입한다. AI가 현장 영상을 분석해 충돌 위험을 사전 예측하고, 트럭·장비·작업자 간 위험 상황을 즉시 경고한다.

추락 위험이 큰 컨테이너 고정 작업, 냉동 컨테이너 관리 등은 로봇이 대신 수행하도록 무인화를 확대한다. 크레인 와이어로프 결함을 자동 분석하는 예지보전 시스템과 강풍 시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도 현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위험한 작업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 항만’으로의 구조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AI 전환의 기반이 될 공공 인프라도 대규모로 확충한다. BPA는 항만 운영사와 물류업체들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AI 서버(GPU 팜)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중소 물류기업도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는 항만 건설·안전 특화 챗봇과 AI 개인 비서(Agent)를 도입해 행정 생산성을 높인다.

BPA의 이번 계획이 2030년까지 차질 없이 마무리 되면, AI는 더 이상 항만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38개 세부 과제에 투입되는 총사업비는 8921억 원이다. 이 중 BPA는 4351억 원을 투입한다. 공공성이 강한 AI 인프라 사업은 정부 및 관계기관과 협의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송상근 BPA 사장은 “부산항 AX는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항만·물류 분야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운영 경험과 AI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항만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