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 이벤트에 초회 헌혈자 20배 증가…정기헌혈로 이어지길”
권소영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 인터뷰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로 만성적인 혈액 수급 위기 겪어와
‘두쫀쿠’ ‘보문산 메아리 빵’ 증정에 혈액 수급 안정권 회복
헌혈자 감소에 수혈 필요한 고령층 증가…혈액 공급 ‘미스매치’
헌혈 공가,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 다회 헌혈자 실질적 혜택 늘릴 것
입력2026-02-14 07:30
지면 22면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이벤트를 계기로 헌혈에 첫발을 내디딘 젊은 세대들이 정기 헌혈자로 꾸준히 관심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권소영(사진)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장은 13일 강원도 원주 본원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진행한 두쫀쿠 등 헌혈 답례품 증정 행사로 헌혈자가 급증하는 등 기대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근 대한적십자사는 겨울철 혈액 수급 비상이 걸리자 헌혈자에게 두쫀쿠, 성심당 ‘보문산 메아리 빵’,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의 ‘포토카드’ 등 이색 답례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펼쳤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5일분 미만 3일분 이상인 ‘관심’ 단계를 유지해오던 하루 평균 혈액 보유량은 두쫀쿠 등 각종 행사 이후 5일분 이상인 ‘적정’ 단계로 회복됐다. 권 본부장은 “행사 기간 중 헌혈 예약자가 2~3배나 급증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무엇보다 일부 지역에서 평소 헌혈에 관심이 없었던 초회 현혈자가 20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수혈학회(ISBT) 부회장과 대한수혈학회 회장을 지낸 권 본부장은 이화여대 의과대학 및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다. 1998년 대한적십자사 혈액수혈연구원 면역연구과장을 시작으로 혈액수혈연구원장, 서울남부혈액원장, 중부혈액검사센터 원장 등을 역임했다. 혈액관리본부는 각종 의료기관에 혈액제제(血液製劑)를 공급하기 위해 헌혈자 모집부터 채혈, 검사, 제조, 보관 및 공급 등 혈액관리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반복적으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동절기는 시민들의 외출이 줄고 방학·휴가 등 영향으로 개인·단체 헌혈자가 감소하는 이른바 ‘혈액 수급의 보릿고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도 헌혈자 모집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로 만성 혈액 부족이라는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지만, 한국은 유례없는 속도의 인구구조 변화로 단기간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권 본부장의 진단이다. 두쫀쿠 등 각종 행사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한적십자사의 자구책이었다. 그는 “대표적으로 혈액 수급의 중심인 10~20대의 헌혈이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며 “반면, 수혈을 필요로 하는 고령 환자들의 비중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이른바 ‘구조적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이색 답례품으로 당장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안정적인 혈액 수급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매일 자정을 기준으로 측정되는 혈액 보유량이 이날 기준으로 4.4일분으로 다시 관심 단계로 내려왔다. 권 본부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기적으로 헌혈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혈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유효기간이 짧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꾸준히 헌혈자 수가 유지되도록 구조화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다회 헌혈자를 대상으로 헌혈공가 제공, 공공시설 이용료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권 본부장은 “현혈을 사회적 책임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접근하기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나가겠다”며 “헌혈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0대와 20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30대 이상 중장년층을 끌어들여 헌혈 연령층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병행해나가겠다”고 했다.
헌혈을 둘러싼 각종 오해도 적극적으로 해소해나갈 계획이다. 권 본부장은 ‘피를 뽑으면 건강에 해가 된다’는 루머에 대해 “우리 몸에 있는 혈액량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15% 정도 여유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채혈량은 그에 비해 아주 소량에 불과하고 빠져나간 만큼 재생이 되기 때문에 몸에 아무런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헌혈 과정에서의 감염’ 우려에 대해서도 “현혈은 현혈자뿐 아니라 수혈자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문제가 되는 체혈은 이뤄질 수 없다”며 “헌혈의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구는 멸균된 일회용만을 사용하고 있어 감염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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