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담합수사 ‘주도권 경쟁’ 벌이는 검찰-공정위
설탕·밀가루·전력기기 담합사건
檢, 공정위 고발 앞서 선제수사
‘전속고발권 견제’ 고발요청권 활용
李대통령 “전속고발권 폐지 고려해야”
제도 향방 따라 담합수사 전개 바뀔 듯
입력2026-02-15 07:00
최근 검찰이 서민 경제와 직결된 담합사건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은 사건을 선제적으로 수사해 성과를 내면서 담합수사와 관련한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하면서 향후 담합수사 국면에서 검찰 존재감이 커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보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설탕·밀가루·전력기기 등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품목 전반에서 담합 의혹을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벌여 10조 원 규모의 담합을 적발하고 대표이사, 고위급 임원 등 총 52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 담합사건의 경우 기존 담합사건과는 다른 수사단계를 거쳤다. 통상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의 경우 통상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고발한다. 공정위의 고유권한인 전속고발권에 따른 절차다. 그러나 이번에 검찰은 전속고발권을 견제하는 수단인 고발요청권을 활용해 담합수사 주도권을 행사했다. 고발요청권은 검찰총장 및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조달청장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반드시 고발해야 하는 제도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강제수사 착수 이후 공정위에 세 차례에 걸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사건을 넘겨받았다.
검찰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담합수사에 나선 건 일차적으로 가격 왜곡으로 서민 부담을 키우는 담합을 엄정히 단속하라는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물가 안정을 강조하며 “부당하게 담합해 물가를 올린 사례, 또 시장 독점력을 활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는 사례는 없는지 철저하게 점검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담합수사에 대한 신속한 대응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성격도 있다. 공정위가 담합사건 조사에 오랜 시간을 끌다가 공소시효에 임박한 시점에 검찰에 넘기며 ‘늑장고발’ 논란이 종종 발생해온 만큼 이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담합수사 대상 중 설탕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지난해 3월 현장조사에 한발 일찍 착수했지만 1년 6개월 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검찰이 나선 경우다.
앞서 2017년에는 글로벌 운송업체 담합 사건을 공정위가 공소시효 만료 2주를 남기고 고발하자 검찰이 담합 규모를 온전히 추적하지 못한 채 겨우 기소했다고 지적한 사례도 있었다. 이 사건 공소시효는 5년이었는데 당시 공정위는 2012년부터 5년 가까이 수사를 진행해 공소시효 만료 18일 전에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검찰과 공정위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하며 제도 존폐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열고 “공정위의 권한이 너무 크다”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든지, 일정 숫자 이상의 국민에게 고발권을 주든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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