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의 명령’ 거부한 공무원들...헌법 전복 막았다
입력2026-02-14 17:00
2024년 12월 4일 심야 12시 58분, 한 경찰공무원은 경찰 내부망을 통해 “불법계엄 포고령에 따르지 말고 국회를 지켜야 한다”고 경찰청장에 촉구했다. 불과 2시간여 전인 10시 23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에 경찰 동료들이 동원되는 모습을 TV 생중계와 소셜미디어로 지켜봐야 했던 참담한 심정이 묻어난다. 당시 계엄에 투입된 군은 1600여명, 경찰은 2000여명에 달했다.
서울경찰청도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위헌적인 국회 차단 조치의 해제를 건의, 이를 받아들인 경찰청 지도부에 의해 12월 3일 밤 11시부터 30여 분간 국회 차단이 일시적으로 해제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국가안보실로부터 대통령의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주요국에 발송하라는 지시를 받은 외교부 직원들은 지시를 무시하거나 지연시켰다.
‘계엄 위헌’ 판단한 경찰청, 국회 차단 일시 해제하기도
이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 확인된 12·3 계엄 당시 공무원들이 저항한 사례들이다. 헌법존중 TF는 지난해 11월 24일 김민석 국무총리의 지시에 따라 출범, 49개 기관별 TF와 협력해 총 20개 기관에 대한 12·3 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해왔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헌법존중 TF 결과 보고에서 “12·3 불법 계엄은 정부의 기능 전체를 입체적으로 동원하는 실행 계획을 갖췄던 ‘위로부터의 내란’이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권력의 정점에서 시작된 판단과 지시가 무력을 보유한 군·경찰뿐 아니라 관련 기능을 갖춘 여러 기관으로 전달돼 헌정을 무너뜨릴 위험이 실재했다”고 덧붙였다.
윤 실장은 “헌법이 전복될 위험은 명확히 존재했고 조직적인 실행 단계에 있었으며 그 위험의 신호를 막아낸 것은 국민 여러분이다”고도 했다.
“12·3 불법계엄은 ‘위로부터의 내란’”
전 부처를 통틀어 헌법존중 TF는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징계 요구 89건, 주의·경고 82건, 수사 의뢰 110건 등의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이들 대부분은 고위 공무원(중앙 부처), 중령(군), 총경(경찰)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들이다. 경찰 역시 내란에 가담한 인원이 적지 않아 총경급 총 16명이 중징계 대상으로 지목됐다. 개인정보 및 현재진행 중인 수사에서의 방어권을 위해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군의 경우 워낙 연루된 인원이 많고 조사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 때문에 헌법존중 TF와는 별개로, 지난주부터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에 근거해 외환 사건까지 수사가 가능한 내란 전담 수사본부를 새롭게 설치했고 이를 통해 수사 중심의 종합적 후속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헌법존중 TF와 별도로 자체 ‘국방특별수사본부’ 활동을 이어온 국방부는 계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된 인원 180여 명을 파악해 이 중 114명을 수사 의뢰했거나 수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수사 대상과 중복된 인원을 포함해 48명은 징계 요구, 75명은 경고 및 주의 조치하기로 했다.
‘그날 밤’ 막을 시스템은 없었다
또 다시 12·3 계엄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로 남았다. 심종섭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은 “중앙행정기관별로 법률 검토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있지만 당시 제 기능을 하지 못했거나 오히려 내란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 TF 참여 공무원뿐 아니라 자문위원들의 일치된 견해”라고 설명했다. 헌법존중 TF 자문위원인 김정민 열린사람들 대표변호사는 “결국 기관장들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었으나 대부분은 (위헌임을) 알면서도 관망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제도적 보완은 계엄법 개정, 개정이 추진 중인 군인사법, 논의 중인 ‘공무원 복종 의무 폐지’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역시 자문위원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불법적 명령과 합법적 명령의 경계선”을 언급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특히 상명하복이 중요시되는 군대 같은 곳에서는 “명령체계를 잘 이행하면서도 불법적인 것들을 거부할 권한”을 보장하는 법 개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임 소장은 “이는 국회의 몫이기도 하고, 시민사회 몫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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