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의 부동산 자산, ‘현금흐름’ 내실에 집중할 때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
입력2026-02-14 07:00
수정2026-02-14 07:00
윤수민
NH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 전문위원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꼬마빌딩 투자를 검토하는 자산가들을 만나면 공통적으로 내비치는 속내가 있다. 바로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더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공실률 증가에 따른 임대 수익 저하와 여기서 이어지는 자산 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성수동이나 청담동 같은 핵심 지역의 지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수십억 원의 자본 차익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임대 문의’ 현수막이 핵심 상권 이곳 저곳에 붙어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투자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불투명한 시기에 자산가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결정적 열쇠는 화려한 입지나 막연한 미래 가치가 아니라,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안정적인 임차 구성과 확실한 수익률’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가구 자산의 약 70~80%가 부동산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회계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다수 가계가 재무상태표상 자산의 크기를 키우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은 사두면 결국 오른다”는 강력한 불패 신화는 대출이라는 부채를 지렛대 삼아 자산의 규모를 비대하게 키우는 것을 가장 효율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인시켰다. 많은 이들이 순자산의 내실 있는 증가보다도 일단 자산의 덩치를 키우는데 우선순위를 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우상향하는 가격이 모두 해결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부채를 동원한 자산 규모의 확대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유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첫 번째는 대출에 따른 금융비용(이자)이며, 두 번째는 보유와 거래에 따르는 세금이다. 실제로 글로벌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고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역시 동반 상승했던 시기인 2022~2023년을 돌이켜보자. 당시 많은 가계와 투자자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급격히 불어난 이자 부담이었다. 다행히 현재는 금리가 급등기를 지나 다소 완만한 하락의 흐름을 보이고 있어 금융비용의 압박은 예전보다 줄었다. 대신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보유세 등 세부담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설정되고 있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이제는 자산을 가진 것만으로도 상당한 현금 유출을 감내해야 하는 구조가 자리잡는 것이다.
건전한 기업의 조건은 단순히 매출액의 규모에만 있지 않다. 그 매출을 통해 실제로 손에 쥐는 ‘순이익’이 얼마인지, 그리고 기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현금흐름’이 얼마나 원활한지가 가장 중요하다. 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동산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자산이 세금과 이자라는 비용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다면 가계 자산의 안정성이 취약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가장 경계해야 할 투자는 현금흐름에 치명적인 제약을 거는 ‘갭투자’ 방식이다. 오로지 시세 차익만을 목표로 삼아 현금 유입 없이 부채의 규모만 극대화하는 이 방식은 가계 재무 건전성을 취약하게 만든다. 부동산 경기가 정체되거나 예상치 못한 세제 변화 등 지출 요인이 발생했을 때, 이를 방어할 ‘현금의 체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금흐름이 수반되지 않는 자산 확대 포트폴리오는 예기치 못한 경기 변동이나 정책 변화라는 지진이 발생할 때 이를 지탱할 뿌리가 없다. 이때의 현금흐름은 반드시 임대 수익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근로소득이나 금융소득, 혹은 은퇴 후를 책임질 안정적인 연금소득 등 어떤 형태든 관계없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가 닥쳤을 때 이를 버텨내고 소중한 자산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자생적인 현금의 순환’이 내 가계에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제는 자산 규모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내 포트폴리오의 현금흐름을 냉정하게 점검해야 할 시기다. 자산의 크기가 나의 부를 대변하던 시대는 가고, 현금의 흐름이 나의 생존과 안녕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지금 당신이 보유한 그 거대한 자산은 스스로 비용을 감당하며 당신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자산이 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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