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업자 대출 잔액만 15조…양도세 이어 ‘매물 풀기’ 2중 압박
■다주택자 대출연장 제한 시사
임대업 운영자금 매년 만기 돌아와
전세퇴거자금대출 제한 등도 거론
올해 서울 2.5만가구 의무임대 종료
물량 줄어 전월세난 심화 우려도
입력2026-02-13 17:37
수정2026-02-13 23:35
지면 3면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다주택자에게 대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만기 연장 제한을 시사한 것은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함께 금융 카드까지 동원해 압박함으로써 매물을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 상승세도 한풀 꺾였지만 시장 상황을 관망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간 다주택자를 겨냥해 더 이상 금융 혜택을 기대하지 말고 집을 팔라는 경고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면서 매물이 늘고 거래도 증가할 수 있지만 임대 물량이 줄어들면서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혜택이 축소될 경우 개인 명의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다주택자보다 임대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임대업으로 개인사업자를 낼 경우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는데 주기적으로 대출을 연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설자금은 통상 만기가 5년 이상이지만 운영자금은 만기가 1년마다 돌아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1년마다 만기가 올 때 다주택 여부는 심사하지 않고 담보 내에서만 연장을 해줬는데 앞으로는 다주택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장 중단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대출 잔액은 15조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합산 부동산 임대업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57조 9650억 원으로 이 중 주거용 부동산은 14조 4770억 원(9.2%)이다. 법인까지 더한 주거용 부동산 대출 잔액은 15조 1770억 원으로 늘어난다.
부동산 임대업자는 개인 차주에 비해 대출 규제도 느슨한 편이다. 기업대출에 적용하는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은 건물 자체 임대소득만 보지만 개인 차주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전반적인 신용도와 다른 대출까지 모두 합산하기 때문에 훨씬 까다롭다.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9·7 대책으로 주택을 담보로 하는 기업대출을 받을 수 없지만 규제 이전에 받은 대출에 대해서는 연장이 이뤄지고 있었다.
반면 개인 차주에게는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은 주로 만기 30~40년 등 장기로 대출을 받아 5~6년 단위로 대출을 갈아타거나 아예 갈아타기로 상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6·27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내 일반 다주택자는 신규 주담대를 받을 수 없게 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금융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으로 주담대 만기 상환 물량에 대해 연장을 해주지 않거나 전세자금대출이나 전세퇴거자금대출을 묶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이 연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서울과 수도권에 신규 주택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재고 주택을 시장으로 이끌어내 공급·거래 증가 효과를 거두겠다는 셈법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다주택 임대사업자의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되거나 종료 예정으로 올해 매각 가능한 물량이 서울에만 2만 5000가구에 이른다. 이 중 4000가구가 강남3구에 위치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다주택자를 압박하면서 당분간 매물이 늘어나고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5월 9일이라는 데드라인이 남아 있음에도 대출 만기 연장 제한이라는 금융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그때까지 집을 팔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이후에 나올 매물까지도 앞당겨 팔 것을 종용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우려한다. 임대로 나올 물건이 매도 물량으로 전환돼 공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금융권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이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은 금융기관에서 전체적인 담보 능력이나 대출 가능성 등을 보고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소급 적용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혜택을 제공했다가 거둬들이는 것에 대한 법률적 해석이 남아 있어 실제로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복잡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