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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회는 물리적 한계”… 쉴틈 주지 않는 특검, 가중되는 법원 부담

3대 특검 기소 사건 60여 건 심리

재판부 최소 2건 이상 동시 진행

“쉬지 못하고 5일 내내 재판”

판결 결과 따라 여론 비판 직면

법원 “법관 증원·법정 신설로 대응”

입력2026-02-14 11:00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 2회 재판은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달 9일 열린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계엄 해제 방해 의혹’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는 이같이 말했다.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 측이 신속한 재판을 위해 주 2회 이상 기일 지정을 요청하자, 완곡한 거절 의사를 내비치며 한 말이다. 한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특검 사건을 6건 맡고 있다”며 “이 사건 외에도 일반 사건을 병행하고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같은 법원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도 지난달 28일 재판에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시 오 시장 측 변호인은 지방선거 일정 등을 고려해 2~3월 말 사이에 판결 선고가 이뤄지길 원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검 사건이 여러 건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일정을 잡는 데 제약이 있다”며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덕수 재판부’로 알려진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달 13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재판에서 “재판부에 특검 사건이 너무 많다”며 “쉬지 못하고 5일 내내 재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일 변경을 요청한 검사 측 의견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사건은 단순 합산 기준 60여 건에 달한다. 대법원 예규에 따라 관련 사건이 접수되면 먼저 배당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에 재배당할 수 있어 특정 재판부에 사건이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특검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최소 2건에서 많게는 6건 이상을 동시에 심리 중이다. 법정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 내란 재판의 경우 특검법상 재판 중계가 원칙으로 규정돼 있다. 중계가 가능한 법정이 한정돼 있어 재판부별로 법정을 선택하는데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의 선고 공판이 열린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물리적 어려움과 함께 재판부가 중요 사건에서 느끼는 부담도 적지 않다.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인 만큼 재판 과정 대부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판결 선고에서 형량이 국민 기대치에 비해 낮게 나올 경우 법관을 향한 비판도 거세다. 실제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의혹 등을 무죄로 판단하고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선고 직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을 심리한 형사합의25부 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역시 지난해 3월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이후 여론의 공격을 받아야 했다.

주요 사건을 다수 맡아온 한 현직 부장판사는 “한마디로 부담스럽다. 사명감이 생긴다는 건 그냥 하는 소리이고, 처음 배당받으면 이 사건 때문에 다른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부라면 다른 판사들과 기존 사건과의 형평성을 어떻게 맞출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다 보니 괜히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않도록 몸가짐도 더 조심하게 된다”고 밝혔다.

법원은 인프라 확충을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법관 증원을 요청해 이번 인사에서 상당수가 반영됐고, 형사 법정도 신설 중”이라며 “인적·물적 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특검 사건과 일반 사건 처리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검 사건의 난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법관들 모두 고군분투하며 맡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며 “부담이 있더라도 이를 감내하는 것이 재판부의 책무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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