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산업 위기…노사, 이번엔 ‘협력 딜레마’
2030년까지 수만명 감원…미중 악재
산업 위기 때마다 ‘갈등적 파트너십’
전기차 땐 달라…“산업 경쟁력 우선”
입력2026-02-16 06:58
독일 자동차 산업이 유례없는 위기에 빠졌다.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 정도로 예전(40%)보다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미국 시장은 관세 장벽에 막혀 활로를 잃었다. 이에 독일 자동차 기업들은 로봇과 인공지능(AI)를 내세운 자동화와 인력 감축으로 대응하고 있다.
16일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독일 자동차산업의 위기와 도전과제’ 보고서는 독일 자동차 산업을 위기로 진단됐다. 지난해 승용차 생산은 약 415만 대로 2016년 대비 30% 가까이 줄었고 기업들의 수익은 급감하고 고용도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독일 내 3만5000명 인원을 감축하거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7년까지 일자리 3만개나 없애는 구조조정안을 내놨다. 아우디와 포르쉐는 2029년까지 각각 7500개, 1900개 일자리를 줄일 방침이다. 2024년 9000명 감원 계획을 밝힌 보쉬는 2030년까지 독일 내 인력 1만3000명 줄일 계획을 세웠다. 중국 기업의 부상과 미국의 보호무역이 자동차 산업에 큰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노사관계는 갈등적 파트너십으로 여러 산업 위기를 극복해왔다. 갈등적 파트너십은 노사가 갈등 관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협상과 합의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일례로 1992년 폭스바겐은 경영 위기로 3만 여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노사는 해고 대신 임금보전없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자리를 나눴다. 당시 노조가 감내한 임금 하락분은 16%에 이른다. 이런 합의 기틀에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있다. 자동차정상회의는 노사와 정부가 참여해 중소기업의 경영난 해소를 돕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제는 독일 자동차기업 노동조합이 과거와 같은 방식만 고집한다면 위기 돌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 발달과 중국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인력 유지를 위해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면, 자동차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란 지적이다. 보고서는 “내연기관차의 수명을 연장한 독일 노사는 딜레마에 빠졌다”며 “전기차 시대의 도래를 막을 수 없다, 경쟁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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