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성규 부산청장 “엄중한 상황에서 ‘자중’ 부탁만… 게시글 삭제 지시 없었다”
계엄 28분만에 경찰 내부망에
‘강원경찰도 출동하자’ 글 게시
엄 청장 “정치 발언 자중 지시”
“헌법존중TF 조사받은적 없어”
입력2026-02-13 22:22
엄성규 부산경찰청장 직무대리가 대기발령 조치된 데 이어 오는 19일에 근무 해제된다. 강원경찰청장 재직 중 발생한 12·3 비상계엄 당시 한 경찰관이 게시한 불법 계엄에 대항하자는 취지의 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 때문이다. 엄 청장 게시글 삭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13일 엄 청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헌법존중TF(헌법존중 정부혁신 TF)로부터 조사나 수사를 받은 적도 없고, 문제가 될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엄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강원 경찰도 국회로 출동하자’는 내용의 글이 내부망에 올라왔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일선 경찰서 과장(경정)이 올린 글이라고 하기에 해당 경찰서 서장에게 ‘자중하자’고 지시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엄 청장은 “엄중한 상황에서 시도경찰청장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엄 청장은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조지호 전 청장이 자정에 소집한 전국 지휘관 회의에 참석하려던 참에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글에 ‘출동하자’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는데, 당시 북한의 도발(로 인한 비상계엄)인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접경지역인 강원경찰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계엄 선포 28분 만에 해당 서장에게 ‘정치적 언행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는 지시만 내렸다. 다수의 직원 앞에서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재차 의혹을 부인했다.
‘헌법존중TF의 조사를 받았다’,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가 정해졌다’, ‘직원을 강하게 질책했다’, ‘헌법존중TF가 엄중히 보고 있다’ 등 의혹에 대해서는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엄 청장은 “게시글을 삭제하고 강하게 질책할 정도면 추후 지구대장 등으로 발령내는 등 인사 조치를 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해당 직원은 현재도 (계엄 당시)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 청장은 “좌천까지 될 만큼 명예에 살고 명예에 죽는 경찰로 살아왔다”며 “인사 조치를 받아들이지만 너무 억울하고 황당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12일 국무총리실 헌법존중TF는 비상계엄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경찰 총경 이상급 16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청했다. 이중 대부분은 국회로 출동했던 경찰청·서울경찰청 경비라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TF 팀장인 황정인 총경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엄 청장이 징계 대상에 올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경찰청 인사과는 관련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제주 출신인 엄 청장은 1997년 경찰간부후보생 45기로 입직해 음성경찰서장, 서울청 기동단장, 남대문경찰서장, 서울경찰청 경비과장 등을 거친 경찰 내 대표적 ‘경비통’이다. 그는 2023년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경비국장과 강원경찰청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 25일에는 강원경찰청장에서 부산경찰청장 직무대리로 임명됐고, 같은 달 29일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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