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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콕 찍은 ‘설탕부담금’ 급가속…국회 논의 본격화

국회서 설탕부담금 도입 법안 2건 발의

英 도입 후 당 함유량 44% 감소 효과

국민 80.1% “설탕부담금 도입 찬성”

물가부담·부담금 사용처 등 논의필요

입력2026-02-14 09:00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진열돼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당류를 과도하게 함유한 가당음료에 이른바 ‘설탕 과다사용부담금(설탕부담금)’을 부과해 공공의료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을 밝히면서 국회에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제도화 가능성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설탕부담금 국회 토론회’를 열고 도입 필요성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정 의원은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한 건강 문제는 개인의 선택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며 “설탕 과다 섭취 문제를 공중보건과 사회적 비용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 겸 의대 교수는 “첨가당은 비만·당뇨·만성질환을 유발하고 과다 섭취는 치매와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영국이 2015년 설탕부담금 시행을 예고하자 기업들이 설탕 사용을 줄였고 시행 이후 매출은 33% 감소, 당 함유량은 47%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당뇨와 관련된 각종 대사장애나 만성질환 등이 감소하는 효과도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국회에는 이미 두 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일 발의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첨가당 함량이 100ℓ당 1㎏ 이하일 경우 100ℓ당 1000원을 부과하고 함량이 늘어날수록 누진적으로 부담금을 높여 100ℓ당 20㎏을 초과하면 2만 8000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지난달 30일 김선민 조국혁신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첨가당 함량이 100㎖당 5g 이상 8g 미만이면 1ℓ당 225원, 8g 이상이면 1ℓ당 300원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설탕부담금 도입은 정치성향을 가리지 않고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 정치 성향이 진보 성향인 응답자와 보수 성향인 응답자의 찬성 비율은 각각 85.1%, 77.1%로 나타났다.

설탕부담금은 공공의료 재원 확충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를 앞세우고 있지만 조세 및 물가 부담, 역진성 문제 등 쟁점도 적지 않다. 여권을 중심으로 드라이브가 걸린 가운데 법안 처리 과정에서 부담금 수준과 사용처, 가격 전가 방지 장치 등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설탕부담금의 정책 목표가 ‘세수 확보’가 아니라 ‘소비 감소’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설탕부담금은 기업의 제품 개선을 유도해 설탕 함량을 낮추고, 국민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설탕부담금은 도입 이후 징수액이 ‘제로’에 가까워질수록 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는다.

김미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회장)는 “설탕부담금은 단순히 세금을 걷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건강한 변화를 고민하는 첫걸음이 돼야한다”며 “국민 건강 상태가 상향 평준화될 수 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제도 도입 후 부작용을 초래한 해외 사례를 고려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욱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덴마크는 고열량 식품에 대한 세금을 도입했으나 식품산업 위축, 고용 감소 등 부작용으로 1년 만에 폐지했다”며 “캐나다 뉴퍼들랜드 래브라도주는 2022년 설탕세를 도입했다가 역진성 문제에 따른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지난해 7월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단체는 정교한 제도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설탕부담금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넘기는 방식으로 설계된다면 절대 정책적으로 성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제도의성패는 ‘얼마를 걷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가격 인상 대신 무엇을 선택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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