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은 옛말”… 문 열기 무서운 식당가 ‘침묵의 명절’
◇2026 설 新 풍속도
“예약 끊기고 불만 켠 채 버텨”
입력2026-02-15 18:00
설 명절 연휴를 앞둔 도심 식당가가 예년과 달리 조용하다. 명절 전이면 회식과 가족 모임 예약으로 분주하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상인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문을 닫고 쉬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설 연휴를 맞은 서울 성동구 일대 식당가는 밤 시간대에도 인파가 많지 않은 모습이다. 왕십리파출소의 한 순찰팀장은 “과거에는 명절 전후로 술자리가 늘어 야간 순찰이 바빴는데, 최근에는 그런 흐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평소보다 거리가 한산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두고도 유흥·외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는 업주들의 목소리에서도 드러난다. 서울 시내에서 백반 가게를 운영 중인 박미옥(65) 씨는 “설 전이라고 손님이 늘기는커녕 쌀값 오르는 게 더 부담”이라며 “예전엔 명절을 앞두고 재료를 더 들여놨는데, 요즘은 이번 달 대출 이자부터 계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라도 문을 닫고 싶지만, 손님이 한 명이라도 올까 싶어 불을 켜두고 있다”고 했다.
대학가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김민철(36) 씨 역시 명절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김 씨는 “방학 기간이라 원래 유동 인구가 줄기는 하지만, 최근 3~4년 사이에는 거리 자체가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며 “단순히 계절 문제라기보다 외식 자체를 줄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비를 미루거나 집밥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명절 특유의 외식 수요도 함께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절 운영 방침을 두고 고민하는 업주들도 늘고 있다. 김 씨는 “연휴에 아예 휴무를 선택하는 가게가 많아졌다”며 “손님은 줄고 인건비 부담은 커지다 보니 쉬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저희는 명절 당일만 쉬고 나머지 기간은 정상 운영한다”며 “연휴에도 외식을 원하는 손님은 분명히 있고, 그 수요를 지키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오픈 초기부터 이어온 운영 방침을 유지하는 것이 고객과의 약속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명절 특수가 사라진 배경으로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을 지목한다.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외식은 가계 지출 가운데 가장 먼저 줄이는 항목”이라며 “명절에도 손님이 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 위축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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