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따뜻한 한 끼…쪽방촌 지키는 ‘무료 급식소’
◆서울 영등포구 ‘토마스의 집’
33년째 운영…하루 400명 방문
설에도 일요일 제외하고 문 열어
지원 없이 자발적 성금으로 유지
“따뜻한 음식에 하루가 든든해”
입력2026-02-15 19:00
수정2026-02-20 07:43
13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무료 급식소 ‘토마스의 집’. 오전 11시가 되자 급식소 입구를 넘어 골목까지 약 200m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30석 남짓한 실내는 금세 만석이 됐다. 이날의 메뉴는 콩나물국. 차례를 기다리던 이 모(92) 씨는 “음식이 따뜻해 오늘 하루가 든든할 것 같다”며 웃었다.
1993년 김종국 신부는 쪽방촌 주민 등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토마스의 집을 설립했다. 2012년까지는 전면 무료로 운영했지만 현재는 1인당 200원의 이른바 ‘자존심 유지비’를 받고 있다. 33년간 목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주 5일, 한결같이 이웃을 맞아왔다.
토마스의 집은 이번 설 연휴에도 예년처럼 문을 연다. 연휴 닷새 동안 하루 평균 400여 명이 식사를 해결하고 양말 등 생필품도 지원받을 예정이다. 30년째 총무를 맡아 온 박경옥(66) 씨는 “올해 설에도 떡국을 끓여드릴 계획”이라며 “연휴라고 해서 끼니를 거를 수는 없지 않겠나. 사명감으로 정성껏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운영은 휴일을 반납한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가능하다. 자원봉사자 25명은 오전 5시 30분부터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준비한다. 배식이 시작된 뒤에도 식사하는 이들을 세심히 살피거나 “오랜만에 오셨다”는 등 살갑게 인사를 건넨다. 식사가 끝나면 라면과 두유, 커피 등을 나눠준다. 점심을 넘어 저녁까지 든든히 보내라는 의미다.
20년 동안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오종찬(77) 씨는 “기쁘고 보람된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자 최유진(55) 씨는 “표정과 눈빛, 말 한마디에라도 따뜻함을 담으려 한다”며 “연휴에 찾는 이들 모두가 잠시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토마스의 집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날 후원자 이정숙(74) 씨는 보라색 보자기를 들고 이곳을 찾았다. 신문지로 겹겹이 감싼 봉투에는 7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 씨는 봉투를 전달하며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늘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총무 박 씨는 “코로나19 이후 후원금이 점차 줄어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하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큰 힘이 된다. 가능한 한 오래 돕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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