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아마추어 국정” 與 “사실 왜곡 정쟁”…대미투자 ‘산넘어 산’
정부 ‘한미 MOU 이행위원회’ 실무단 구성
野 “관세 압박 이어지자 이제야 기구 급조”
與 “사실의 왜곡에 기댄 정쟁...정치적 수사”
대미투자특위 첫회의부터 파행...논의 난항
여야, 마주앉아 법안 쟁점 차분히 따져야
입력2026-02-16 07:00
정부가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 이행위원회(이행위)’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단 구성에 돌입한 가운데 여야가 이를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사후 대응형 아마추어 국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실 왜곡에 기쟁 정쟁”이라며 야당의 비판을 맞받았다. 대미투자특별법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부터 파행하는 등 여야의 대립이 극에 달한 가운데, 특별법을 둘러싸고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오면서 미국의 관세 압박을 잠재울 열쇠인 특별법안 도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이달 13일 출범한 이행위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 정부가 이제야 ‘한미 전략적 투자 MOU 이행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실무단까지 꾸리며 대미 투자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안도보다 의문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지연을 문제 삼으며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압박하자, 그제야 범정부 기구를 급조하고 후보 사업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나선 형국”이라며 “도대체 지금까지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미 투자는 즉흥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며 “이제 와서 실무단을 구성하고 사업성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준비 부족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매번 같은 패턴”이라며 “경고가 나올 때는 ‘과도한 우려’라며 외면하고, 압박이 현실이 되면 부랴부랴 움직인다. 선제 대응은 없고 사후 수습만 남는 ‘사후 대응형 아마추어 국정’이 반복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정부의 체계 정비를 급조라고 매도하는 건 사실 왜곡에 기댄 정쟁일 뿐이며 국민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 언어”라며 “준비 결과를 체계화한 것을 급조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정치적 수사”라고 반박했다.
박창진 민주당 선임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사업을 종합 점검하는 과정은 준비 부족의 자인이 아니라 대외 변수 변화에 따른 전략의 정밀 조정”이라며 “과연 국민의힘은 어느 나라 국익을 우선하는 정당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대미투자특별법 특별위원회 구성과 비쟁점 법안 본회의 처리에 합의해 놓고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스스로 파행을 선택한 것이 국민의힘”이라며 “국익을 위한 입법 과정에 조건을 달아 지연시키고, 이후엔 정부 책임만을 부각하는 태도는 책임 있는 야당 모습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국 대치에 대미투자특위 ‘공회전’…단일안 최대 쟁점은?
각종 현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미투자특별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은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달 12일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별위원회가 첫 회의 시작 40여 분 만에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의 ‘3대 사법개혁안’ 강행 처리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이 결렬되는 등 정국 대치가 격화하면서다.
특위 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회의 파행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법사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법과 4심제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는데, 양당이 합의해서 운영하기로 한 특위의 첫 일정을 그대로 진행해도 되느냐라는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위는 활동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9일까지 9건에 달하는 대미투자특별법의 단일안을 도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단 특위는 설 연휴가 끝난 후 이달 24일에 특별법 입법공청회를 열어 유관 부처와 산업계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여야 특위 위원들이 한 공간에 마주 앉는 것이 제일 시급한 문제이지만, 9건에 달하는 특별법의 차이점을 좁히기 위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도 당면 과제다.
현재로서 가장 큰 쟁점으로 평가되는 것은 대미 투자 시 ‘국회의 관여 수준’이다. 지금까지 발의된 특별법안은 모두 지난해 11월 김병기 무소속 의원안을 골자로 한다. 다만 투자의 결정 및 심의 과정 등에서 국회 보고를 ‘사전’에 할 것인지, ‘사후’에 할 것인지를 두고 각 법안이 차이를 보이고 있어 특위 내 의견이 팽팽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김 의원안은 ‘사후 보고’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투자에 대한 심의·의결 시 국회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고 기금의 관리와 운용에 관한 사항을 1년에 한 번 이상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여당 홍기원·정일영 의원안은 기금 운용 결과 및 외환·재정 영향평가 보고 의무화 등 김병기 의원안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수준의 국회의 통제 장치를 마련했다.
가장 늦게 발의된 정태호 의원안은 전략적 투자 현황에 대해 매년 보고서를 작성해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국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안도걸 의원안은 국회의 사전 동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국가안보·외교관계·국민경제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 사후 동의를 인정했다. 여당 의원 발의안 중 국회의 개입 강도가 가장 강한 것은 진성준 의원안이다. 한미 간 협의를 통해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모든 사업에 대해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국회의 개입을 폭넓게 규정한 진 의원안도 한미 협의를 마친 사업을 두고 국회가 이를 점검하는 차원이다.
사후 동의 성격이 짙은 여당안과는 달리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안은 국회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 미국에 대미투자 사업을 제안하거나 미국이 제안한 대미투자 사업의 추진에 동의할 수 있도록 했다.
두 건의 야당안에 포함된 한미전략투자공사 설치 및 지원에 관한 내용도 논의 테이블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한미전략투자공사(투자공사)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운용 기금의 재원 조달 경로를 축소하는 내용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투자공사의 자본금을 3조 원에서 1조 원으로 줄이고, 자본금 출자 대상을 ‘정부 등’에서 ‘정부’로 한정했다. 또 산업은행·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 등 국책금융기관의 한미전략투자기금 출연을 원천 차단했다.
앞서 발의된 6건의 특별법안은 모두 국책금융기관의 출연금을 한미전략투자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 경우 정부가 져야 할 부담이 민간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의 발의안도 기존 법안과 차별점을 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대미 전략투자의 ‘컨트롤타워’인 투자공사 설치에 관한 조항을 삭제한 점이다. 김 의원안에는 대신 재정경제부 내 한미투자운영위원회를 신설하고 대미 투자의 상업성 및 전략적 고려사항을 검토하도록 했다. 공사, 위원회 등 정부 조직의 ‘옥상옥’ 구조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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