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원리’ 이해·예측까지 하는 AI 등장...“신약·신소재 개발 속도 높일 것”
입력2026-02-16 10:00
국내 연구진이 화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자의 안정성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모델을 처음으로 개발했다. 이를 통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던 ‘분자 설계’ 과정이 더욱 빠르고 정확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과학계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속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은 최근 분자 안정성을 좌우하는 물리법칙을 스스로 이해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인 ‘리만 확산 모델(R-DM)’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에너지의 높이에 따라 분자 구조를 ‘언덕’이나 ‘골짜기’로 표현한 지도 형태로 나타내고 AI가 가장 에너지가 낮은 골짜기를 찾아 이동하도록 설계했다.
R-DM은 이처럼 입체적인 에너지 지형 위에서 불안정한 구조를 피해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찾아가며 분자를 완성했다. 평면이 아니라 휘어진 공간을 다루는 수학 이론인 ‘리만 기하학’에 기반해 곡면상 에너지 최소점을 탐색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는 AI가 화학의 기본 원리인 ‘물질은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선호한다’는 법칙을 학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험 결과 R-DM은 기존 AI보다 최대 20배 이상 높은 ‘화학 정확도’를 보였다. 예측 오차 역시 정밀 양자역학 계산과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 기술은 신약 개발·차세대 배터리 소재·고성능 촉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 배터리의 수명도, 신약의 성공 여부도 모두 재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원자를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안정적인 분자가 되는지를 찾는 과정이 ‘분자 설계’의 핵심 단계인데 이를 AI가 스스로 찾게 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이번 모델이 연구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AI 시뮬레이터’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화학 사고나 유해 물질 확산처럼 실험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화학 반응 경로를 빠르게 예측할 수 있어 환경·안전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우연 교수는 “인공지능이 화학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분자의 안정성을 스스로 판단한 첫 사례”라며 “신소재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컴퓨테이셔널 사이언스’에도 지난달 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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