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대출 조건이라며 현금 전달 요구한 20대들 벌금형
“현금 전달·코인 환전 맡아 범행 도와“
입력2026-02-17 17:00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범행을 하는 조직에서 현금 전달과 가상자산 환전 역할을 맡은 20대 2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범행을 직접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보이스피싱 범행 완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시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이정형)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 씨에게 각각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두 사람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하루 10만 원씩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으며, 벌금 상당액의 가납도 명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7월 카카오뱅크 직원을 사칭한 모집책으로부터 “직원으로 채용돼 며칠간 현금을 전달하면 2000만 원 대출을 해주고 일급 1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이후 A 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책’ 역할로 현금을 전달하는 데 가담했다.
B 씨 역시 같은 달 구직 사이트에 등록한 이력서를 보고 접근한 모집책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코인으로 환전해 전달하면 일당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환전책’ 역할을 맡았다. 모집책은 명품 해외 구매대행 업체 직원인 것처럼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직은 지난해 7월 17일 피해자에게 케이뱅크·저축은행 대출 담당자를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 일부를 먼저 상환해야 한다”고 속여 1370만 원을 송금받았다. 해당 금액은 달러로 환전된 뒤 같은 날 A씨를 거쳐 B씨에게 전달됐다. B씨는 미화 9700달러를 원화와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조직원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넘겼다.
A 씨는 이튿날 또 다른 피해자를 상대로 현금 전달을 시도하다가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피해자의 신고로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지며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크다”며 “비록 피고인들이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았더라도 전달책·환전책은 범행 완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가담 경위와 범행 횟수, 취득 이익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고 일부 피해 회복을 위해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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