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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전력공급, 고용을 넘어 혁신으로

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한전이 섬 발전 떠안는 건 큰 부담

도서 에너지 전담 출자회사 설립 필요

전력 문제 수술대 올려 해법 모색을

입력2026-02-19 05:00

지면 31면
정연제 교수
정연제 교수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을 위한 전력망 확충이 국가적 화두다. 육지의 전력망이 미래를 향해 질주하는 사이 바다 건너 65개 도서 지역의 전력 공급 체계는 수십 년 묵은 제도의 사각지대에 갇혀 신음하고 있다.

광주고등법원은 지난달 도서 지역 발전소 위탁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한국전력 측 항소를 기각했다. 원청의 실질적 지휘·감독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한전이 모두 직접 고용해 해결하라’는 식으로 단순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는 드러난 증상을 덮을 뿐 도서 전력 공급의 기형적 구조라는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농어촌전기법에 따라 한전이 정부를 대행해 도서 전력을 공급해왔다. 2001년 전력 산업 구조 개편 당시 수익성이 없는 섬 지역은 한전의 ‘보편적 전력 공급 의무’ 아래 남겨졌다. 이후 퇴직자 단체나 한전의 자회사에 운영을 맡기는 임시방편으로 버텨온 지난 20여 년의 안일함이 결국 법적 분쟁을 잉태한 셈이다.

문제는 해법이다. 근로자와 노동계의 요구대로 한전이 모든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과거의 통합 운영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타당한가. 이는 ‘화석연료 시대의 관성’으로 되돌아가는 퇴행이자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첫째, 거버넌스와 재무적 리스크가 임계점에 달했다. 한전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다. 정부가 전력기반기금으로 보전하던 결손액 지원을 100%에서 75%로 축소하는 상황에서 고비용 구조인 도서 발전 부문을 한전이 직접 떠안는 것은 명백한 경영상 부담이다. 이는 상장사로서 주주 이익 침해에 따른 소송이나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제소 등 더 큰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배임적 경영 행위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둘째, 도서 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을 수 있다. 세계적으로 섬 지역은 낙후된 ‘지원 대상’이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마이크로그리드’의 테스트베드로 변모 중이다. 그리스의 틸로스 섬이나 글로벌 기업 아그레코의 사례처럼 도서 전력은 전문 기술을 가진 기업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디젤 발전기 운영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경직성 비용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기술 혁신과 유연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법원 판결은 도서 전력 공급 체계를 원점에서 재설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한전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하청을 주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대신 도서 전력 운영을 전담하는 전문 출자 회사를 설립하거나 독립적인 전문 기관을 육성해 그들에게 실질적인 운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농어촌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해 수행 주체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정부와 국회·한전은 이번 판결을 뼈아픈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미봉책으로 덮어뒀던 도서 전력 문제를 더 늦기 전에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소모적인 ‘고용 주체’ 논쟁을 넘어 ‘누가 가장 전문성을 갖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지역 주민을 위하고 국가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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