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대출 규제에도…2030 매수세 늘었다
작년 토허구역 집합건물 매수 분석
20·30대, 10억~15억대 집중 구입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 재편
입력2026-02-18 17:54
지면 23면지난해 6·27 대책으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고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0·30대의 주택 매수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의 주택 구입은 평균매매가격 10억~15억 원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반면 40·50대의 주택 매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주택 매매가격에 따른 대출 차등 제한으로 인해 고가 주택으로 이동하는 ‘갈아타기’ 투자 수요에서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흐름이 바뀐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법원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에 대해 대출 규제가 없었던 지난해 1분기 20대의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 등) 매수 비중은 4.1%였으나 2분기(4.35%)와 3분기(4.66%)에 연속 증가한 후 10·15 대책 이후인 4분기에는 5.9%까지 늘었다. 규제 지역에서 30대의 집합건물 매수 비중도 1분기에는 28.7%였으나 4분기에 32.4%로 4%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40대와 50대의 규제지역 내 집합건물 매수세는 약화했다. 1분기에 29.9%였던 40대의 집합건물 매수 비중은 2분기(28.5%)와 3분기(28.2%)에 연속으로 줄어든 후 4분기에는 25.9%로 뚝 떨어졌다. 50대도 40대와 마찬가지로 1분기에는 매수 비중이 21.0%였으나 4분기에는 18.7%로 3.3%포인트 낮아졌다.
연령대별로 주택 매수 흐름이 상반되게 나타난 것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지난해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을 연달아 내놓으며 실거주 의무를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총액 한도를 축소했다.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 15억∼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구간별 대출 한도가 설정됐다. 전세입자를 끼고 매수하는 ‘갭투자’가 막힌 상황에 대출 한도까지 감소해 매매가격 25억 원 초과의 고가 주택을 매수하려고 할 때 자금 조달 여력이 줄어든 셈이다. 이에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고가 주택 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많은 40대 이상 연령대에서 매수세가 멈춘 것으로 풀이된다. 장소희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부동산 전문위원은 “통계적으로 40대와 50대는 20·30대보다 부동산 시장 진입 시기가 빨라 이미 어느정도 마련된 자산을 기반으로 학군지나 강남 등 자산 증식을 위한 이동이 많은 편인데 고가 주택 중심으로 대출이 막힌데다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갭투자도 막혀 갈아타기가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20·30대의 지난해 4분기 주택 매수는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 원까지 가능한 매매가격 10억~15억 원대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30대가 집합건물을 매수한 서울 지역 상위 5개 자치구는 송파·강서·마포·영등포·동대문이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달 강서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10억 원, 동대문구는 10억 3000만 원, 영등포구는 14억 9000만 원으로 15억 원 보다 낮다.
송파구와 마포구는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5억 원을 웃돌지만 20·30대의 매수 지역을 행정동별로 살펴본 결과 아파트 가격이 낮은 곳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송파구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 원을 초과하는 잠실·신천동을 매수한 비중은 19.7%에 불과했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문정·가락·풍납동 등의 매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마포구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이 20억 원 보다 높은 아현·염리동의 매수 비중은 18.8%였으나 10억 원대에 머물고 있는 성산·신공덕동의 매수 비중이 30%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강력한 대출 규제로 인해 주택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강남과 비강남 지역간 주택 매매가격 양극화가 다소 완화하고 있지만 무주택자의 주택 마련과 1주택자의 거주 이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실수요자에 한해서는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의 대출 규제는 집값 안정이라는 명분에도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헌법에 직업 선택의 자유나 거주 이전의 자유, 재산권 행사의 자유 등이 명시돼 있는 만큼 보다 정교하고 현실에 맞는 규제를 통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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