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안티에이징 기술, 북미·유럽 피부과 점령
프리미엄 시장서 가파른 성장세
FDA 문턱 넘으며 신뢰도 인정받아
장비 → 고수익 소모품 판매 선순환
클래시스 영업익 40%·원텍 51% 쑥
에이피알도 가세…새 기술표준 제시
입력2026-02-18 17:54
수정2026-02-18 18:43
K-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이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아시아 시장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단가가 높고 시장 규모가 큰 북미와 유럽 비중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수익 구조도 개선되는 있기 때문이다.
18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최근 클래시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2024년 대비 38.6% 증가한 3368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은 1706억 원으로, 2024년보다 39.3% 늘어난 데 이어 영업이익률도 50.6%까지 증가했다. 주력 제품군인 슈링크 유니버스와 고주파(RF) 장비 볼뉴머가 북미와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설치 대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완료된 이루다와의 합병 시너지가 본격화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의 임상적 적응증이 확대된 점이 실적 견인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텍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2024년보다 36.1% 증가한 156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1.1%나 급증한 525억 원에 달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이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확보한 브랜드 인지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미 등 고단가 시장 진입을 위한 선제적 투자가 실질적인 매출 기여로 이어진 결과다. 이처럼 국내 미용기기 회사들의 영업이익 증가 폭이 매출액 증가율을 웃도는 것은 국내 업체들이 단순 제조를 넘어 고마진 소모품 기반의 지속 가능한 수익 체계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회사들이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규 주자들의 전문 의료기기 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뷰티 테크 분야에서 입지를 다진 에이피알(APR)은 올해 하반기 에너지 기반 의료기기(EBD) 출시를 알리면서 의료기기 사업 본격화를 추진했다. 화장품과 홈 뷰티 디바이스 분야에서 확보한 글로벌 유통망과 사용자 데이터를 고주파(RF) 및 집속초음파(HIFU) 등 전문 의료기기 영역에 접목해 독자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에이피알의 시장 참여는 국내 EBD 시장의 기술 경쟁을 촉진하고, K-미용 의료기기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동반 성장이 단순한 외형 확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 내에서의 ‘기술적 차별성’ 확보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미용 의료기기 특성상 장비의 판매는 곧 고마진 소모품의 지속적인 수요로 이어진다. 설치 대수가 누적될수록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다. 특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등 주요 선진국의 인허가 획득은 주요 시장의 진입 장벽을 넘는 동시에 임상적 신뢰도를 공인받는 척도가 되면서 현지 병·의원 내 국산 장비 채택률을 끌어 올리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북미와 유럽 등 서구권 시장은 아시아권에 비해 장비와 소모품의 단가가 높게 형성된 만큼 이들 지역의 매출 비중 확대는 기업 전체의 영업이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클래시스는 현재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또 제이시스메디칼은 지난해 매출액(1430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액이 1210억 원에 달해 85%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수출 중심의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이는 과거 저가 중심의 전략을 취하던 국산 미용 기기 업체들이 이제는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전망도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에 따르면 글로벌 안티에이징(항노화) 시장은 2022년 1조 9774억 달러에서 2029년 2조 8062억 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 속에 피부 탄력 및 주름 개선을 위한 미용 의료 수요가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층까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 급성장 중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급격한 체중 감량 이후 발생하는 피부 처짐을 해결하기 위한 리프팅 장비 수요가 ‘보완적 필수재’로 부상하고 있는 점도 국내 EBD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국내 미용 의료기기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안티에이징과 건강 관리가 결합된 거대한 산업적 흐름 속에서 얻어낸 결과로 풀이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장비의 성능과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국내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K-의료기기는 이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기술 표준을 제시하는 핵심 수출 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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