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전락’ 윤석열 전 대통령..재판부 “王도 반역 대상”
내란 우두머리 尹 1심 무기징역
계엄 433일 만 ‘무기수’ 신분
재판부 英찰스 1세 사례 소개
재판부 “‘국회 軍 투입’ 결정적 오판”
입력2026-02-20 08:30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우두머리죄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죄가 성립한다”며 “국회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1심 판결에서도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가 없는데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계엄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함으로써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고 정치권 주요 인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혐의도 적용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간 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행위로 사법 심사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설령 사법 심사가 가능하더라도 비상계엄이 내란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또 야당의 연이은 정부 인사 탄핵과 예산 삭감 등 위기 상황을 알리기 위한 ‘경고성 조치’였을 뿐 국헌을 문란하게 할 의도는 없었고 해제 의결 직후 군과 경찰력을 철수해 폭력 행위도 수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장관은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30년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도 같은 혐의로 18년을 선고받았다. 사전에 내란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고 경찰력을 투입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이,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에 처해졌다.
지귀연 “王도 국민주권 침해하면 반역”..英 찰스 1세 사례 소개
지난 1년여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52·사법연수원 31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로마 시대부터 중세, 영국 왕정사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말하며 비상계엄이 내란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양 법체계 근간인 로마법과 세계 법전 다수의 토대가 된 영미법을 근거로 삼아 법리상 허점을 남기지 않겠다는 지 부장판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 부장판사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 “국민주권을 위임받은 의회에 대한 공격은 왕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주권을 침해한 것으로 돼 반역죄가 성립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며 잉글랜드왕 찰스1세가 반역죄로 처형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의회와 갈등이 생긴 찰스1세는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사당에 난입해 의회를 강제 해산했다. 결국 왕이 국가에 대해 반역을 했다고 명백히 인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가 정당한지와 무관하게 ‘국헌문란’ 목적을 갖고 그 수단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그는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군대를 보낸 것은 국회를 봉쇄해 기능을 상당 기간 저지, 마비시켜 활동을 못하게 할 목적을 이루려 했던 것”이라며 “그 수단으로 국회 봉쇄 시도 등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명백하게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는 말로 동기와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 부장판사는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와 관련해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례도 비교했다. 그는 “아프리카·남미 등 일부 개발도상국에서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 의회와 갈등을 빚다 군부를 동원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 내란·반란 등으로 처벌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경우가 적지 않고 실패한 경우에도 당사자들이 해외로 망명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개도국 사례는 참고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진국의 경우에는 대통령이 군부를 동원해 의회 기능을 정지시키는 사례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이런 정도의 갈등까지 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설계를 치밀하게 꼼꼼하게 해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행위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가 훼손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 폭력적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크다”며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경찰의 활동으로 인해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신인도가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등의 지시를 수행하다가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된 이들에 대한 유감도 표했다. 그는 양형 이유를 설명하며 “피고인들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경찰관·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거나 법적 책임을 지게 됐고 상관 지시의 적법성 및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됐다”며 “피고인들이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했던 이유로 다수 공직자가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무기수 신분 전락 尹 전 대통령...윤 측 변호인단 “정해진 결론” 격앙된 반응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전 대통령은 기존에 있던 서울구치소로 이송돼 무기수 신분으로 첫날 밤을 보낸다.
이날 교정본부가 공개한 서울구치소 수용자의 부식물 차림표를 보면 저녁은 들깨미역국과 떡갈비채소조림·잡곡밥·배추김치가 제공된다. 독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독방 안에 있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직접 식판을 씻은 뒤 반납하는 식이다.
윤 전 대통령은 1심 선고가 내려졌지만 확정 판결은 아니다. 항소가 제기될 경우 판결 확정 전까지는 서울구치소에서 지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서 수감된 상태에서 재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법에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기소한 1심 재판 6건을 남겨두고 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1심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였습니다. 이러려고 재판했나, 한낱 쇼에 불과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왜곡과 거짓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의 윤갑근 변호사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가려지는 것은 자기의 눈일 뿐 구름이 걷히면 태양은 드러난다”고 말했다. 또 “특검이 정해준 결론이라면 그냥 재판 없이 선고해도 되지 않겠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윤 변호사는 “명백히 드러날 진실과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법리 원칙을 무시하고 특검에서 정한 대로 판결한다면 지난 1년간 재판은 요식행위였나”라며 “법치가 붕괴되는 현실을 보며 향후 항소를 해야 할지 형사소송 절차에 참여해야 할지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예상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법리적으로 ‘내란죄가 성립이 안 된다. 증거가 없다’가 결론이었다”고 답했으며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윤 전 대통령과 상의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계자’ 김용현 전 장관도 징역 30년..尹 정부 인사 대대적 실형
법원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경찰 수뇌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김 전 장관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 3개월 전인 2024년 9월부터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등과 공모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징후 등이 없었는데도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등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은 김 전 장관에게 사형 다음으로 가장 무거운 무기징역을 구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계엄을 주도적으로 준비했고 군의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업체 꽃, 더불어민주당 당사 출동 등을 사전에 계획했다”며 “독단적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진행하려는 별도의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비상계엄 상황이 적어도 일정 기간 지속될 것을 예상, 전제했다는 사정을 알 수 있다”며 “윤석열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봤다.
김 전 장관의 최측근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할 ‘제2수사단’ 설치를 추진하고 선거관리위원회 점거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 노 전 사령관은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특검은 노 전 사령관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과 함께 부정선거 수사 등에 관해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며 “전반적인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의논한 것으로 보여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국회를 봉쇄하고 선관위 출입을 통제하거나 정치인 체포조 운영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경찰 수뇌부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각각 징역 12년, 10년을 선고했다. 목현태 전 서울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조 전 경찰청장에 대해 “경찰의 총책임자임에도 포고령을 면밀히 검토하기는커녕 이를 근거로 국회 출입을 차단했다”며 “오히려 경찰이 군의 국회 출입을 도우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대령)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선관위에 병력을 투입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 전 대령이 노 전 사령관의 계획에 공모·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윤 전 조정관은 방첩사 요청으로 체포조 편성을 지원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한편 비상계엄 사태 2인자로 지목돼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김 전 장관은 이날 1심 판결에 불복해 곧바로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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