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軍, 계엄 잔재 청산…‘자주국방 불가’ 인식은 구시대 박물관으로”
[3개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 참석]
대선 공약인 사관학교 통합 행보
미래전 대비 스마트 강군 강조도
KAIST선 연구생태계 복원 부각
軍 중립성·R&D 정상화 내세워
‘입틀막 사건’ 尹 정권과 차별화
입력2026-02-20 17:46
수정2026-02-20 23:39
지면 5면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신임 장교들에게 강조한 사안은 크게 ‘자주국방’과 ‘불법 계엄 잔재 청산’이다.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가운데 계엄의 중심에 있던 군이 과거와 절연하고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다. 같은 날 ‘입틀막’ 사건이 있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위 수여식을 찾은 것 역시 과학기술 생태계 복원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전 정권에서 흔들린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연구개발(R&D) 정상화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 축사에서 “우리나라는 우리의 힘으로 지킨다는 강력한 자주국방 의지로 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어느 때보다 강력한 국방력을 갖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여전히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의존적 사고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런 낡은 인식과 태도는 구시대의 박물관으로 보내버려야 한다”고 했다.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국군을 반드시 승리하는 스마트 정예 강군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인공지능(AI)과 유무인 복합 체계가 고도화된 미래전에 능동적으로 대비하지 못한다면 자주국방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첨단 무기 체계 도입을 비롯한 전폭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정부에서 있었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반성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불법 계엄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고 본연의 임무와 역할에 충실한 ‘대한 국군’을 만들어가자”며 “군의 지난 과오를 철저히 반성하고 절연해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만 바라보는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통합 임관식에는 신임 장교 558명과 가족·친지 등 약 2000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육해공군 우등상 수상자 3명에게 직접 메달을 수여하고 임관 대표자 4명의 어깨에 계급장을 달아주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임관식 후에는 신임 장교 대표 11명 등과 오찬을 함께하며 임관을 격려했다.
군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임관식에 직접 참석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앞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육해공군 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학생군사교육단(ROTC) 통합 임관식이 열린 적은 있지만 3개 사관학교만의 통합 임관식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임관식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가 된 사관학교 통합 추진의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육해공군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합동성을 강화하기 위해 단계별 군 교육기관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도 “앞으로는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미래 전장을 주도할 국방 인재를 더욱 체계적으로 양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같은 날 KAIST 학위수여식 참석 역시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화를 부각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R&D 삭감으로 무너진 연구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여러분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차례다. 대전환의 길에 앞장서달라”고 격려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4년도 국가 R&D 예산을 전년 대비 16% 줄여 26조 5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는 올해 R&D 예산을 35조 5000억 원으로 확대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에 KAIST에 처음 신설된 AI 단과 대학은 ‘AI 3대 강국’ 비전을 이룰 중요한 토대”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KAIST는 학부 과정은 올해 봄학기, 대학원 과정은 가을학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KAIST 학위수여식은 2024년 이른바 ‘입틀막’ 사건이 벌어진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윤 전 대통령 참석 행사에서 졸업생 신분으로 참석한 신민기 녹색정의당 대전시당 대변인이 정부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자 경호처 경호관들이 그의 입을 막고 끌어내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 입장 때 졸업생들과 손을 맞잡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등 2년 전 장면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대표 졸업생들에게 직접 학위를 수여한 뒤 퇴장 과정에서 학생들과 사진을 촬영했다.
한편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학사 725명, 석사 1792명, 박사 817명 등 총 3334명이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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