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전담 재판부로 넘어간 공… 장기집권 인정 여부·형량 균형 판단한다
尹 무기징역·김용현 30년… 내란 1심 결론
법원 “군의 국회 투입이 핵심”… 비상계엄은 내란
항소심, 장기집권 의도·노상원 수첩 쟁점 부상
한덕수 23년·이상민 7년… 형량 균형 재판단
입력2026-02-21 17:00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이 지난 19일 무기징역 선고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주요 내란 사건 1심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법원은 12·3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공은 내란 전담 재판부가 있는 서울고법으로 넘어갔다. 항소심에서는 장기집권 의도 인정 여부와 비상계엄 준비 시점, 주요 피고인 간 형량 균형 조정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9일 내란 우두머리 등 사건 1심 선고를 진행하고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각각 징역 30년과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경찰 수뇌부인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김용군 전 제3야전군사령부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을 사건의 핵심으로 봤다.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강제로 의회를 점령하거나 의원들을 체포하려 한 행위가 국회 기능을 상당 기간 마비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는 형법 제91조 제2호의 국헌문란 목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이 무리한 탄핵 시도와 예산 삭감 등으로 국가위기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며 동기와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원은 이번 내란 본류 사건에서도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에 해당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앞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사건에서도 비상계엄이 내란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항소심에서는 비상계엄의 내란 해당 여부보다는 1심에서 배척된 장기집권 의도와 계획의 구체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내란 우두머리 사건 담당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결심한 시점을 2024년 12월 1일 무렵으로 봤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그 시기를 전후해 “더는 참을 수 없다.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1년 전부터 국회 제압을 통한 장기독재 의도를 가지고 내외적 여건을 조성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준비가 지나치게 허술한 점, 국회 무력화 이후의 구체적 계획에 대한 증거나 자료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특검의 장기집권 의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1심에서 주요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던 이른바 ‘노상원 수첩’을 항소심 전담 재판부가 어느 정도 비중으로 판단할지가 관심사다. 노상원 수첩은 비상계엄을 언제부터 준비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1심 재판부는 노상원 수첩에 대해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은 실제 사실과 불일치한다”며 “모양과 필기 형태가 조잡하고 보관 장소와 방법 등에 비춰볼 때 중요 사항이 담긴 수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형량 조정도 주목할 부분이다. 1심에서는 재판부에 따라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이 크게 달랐다. 한 전 총리 사건 재판부는 비상계엄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며 단기간 계엄이었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한 전 총리에게 특검 구형인 징역 15년보다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반면 내란 우두머리 사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도 물리력 행사를 자제한 점, 계엄이 단기간에 종료된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장관의 경우에는 적극적 가담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징역 7년이 선고됐다. 특검은 이 전 장관에게도 한 전 총리와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아울러 집합범으로서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폭동에 단순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식·공유했는지가 중요하다는 1심의 법리도 항소심에서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내란 전담 재판부는 오는 23일부터 본격 가동된다. 윤성식(24기)·민성철(29기)·이동현(36기) 부장판사로 구성된 형사1부와 이승철(26기)·조진구(29기)·김민아(34기) 부장판사로 구성된 형사12부가 사건을 맡는다. 특검법에 따라 항소심은 3개월 이내에 마무리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담 재판부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내란의 법적 성격뿐 아니라 책임의 범위와 형벌의 균형까지 다시 판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