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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몽의 자극 신호와 활용의 유용성 [국경복의 드림 톡]

국경복 꿈 연구가(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입력2026-02-23 15:57

수정2026-02-23 16:41

국경복

국경복

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

생리몽을 꾸는 장면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생리몽을 꾸는 장면을 형상화한 AI 이미지.

나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꾼 꿈이다. ‘꿈에 소변이 마려워 방문 밖으로 나가니 집 뒤편에 쌓아놓는 퇴비가 있었다. 나는 거기에다 대고 마음껏 오줌을 쌌다. 무척 시원했다.’ 잠에서 깨어보니 허리 아래 부분이 축축했다. 담요에다 지도를 그린 것이었다. 부끄러웠지만, 어머니에게 오줌쌌다는 말을 하니 깔깔 웃으시면서 이웃집 할머니에게 가서 소금 받아오라고 내 머리에 채를 씌워주셨다. 나는 할머니를 찾아가서 “엄마가 소금 얻어 오래요”라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 할머니는 나를 돌아 세우더니 내가 쓴 채 위에 소금을 뿌리고 막대기로 채를 때리면서 “어디서 오줌을싸!” 라며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나는 부끄러워서 도망쳤다. 그날 이후로 나는 이부자리에 더 이상 지도(?)를 그리지 않았다. 이 꿈은 오줌이 가득찬 방광을 압박을 하여 생리적 압박감이 뇌를 자극하여 만들어진 꿈이다.

최근에 또다른 생리몽을 꾸었다. ‘꿈에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서 소변을 볼 수가 없었다. 근처에 샤워실이 보여서 샤워를 하면서 일을 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기를 틀으니 물이 나오지 않는다. 답답해 하면서 잠에서 깼다.’ 깨어보니 방광에 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일어나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았다. 성인이 된 지금은 압박감을 참을 수 있는 배변 훈련이 되었기 때문에 어린시절과 똑같은 방광의 압박감에 의한 자극도 다른 형태의 꿈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방광의 팽창으로 인한 통증과 소변 욕구는 주로 골반내장신경(Pelvic Splanchnic Nerves)을 통해서 뇌로 전달된다. 잘알려진 사실이지만, 쾌적한 수면과 건강을 위해서는 적어도 자기 2시간 이전에는 가급적 물이나 음료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참고로 나는 이같은 신체적 자극으로 유발된 꿈을 생리몽(physiological dreams)이라고 부른다.

알프레드 모리(Alfred Maury)는 신체에 대한 자극으로 유발되는 생리몽을 실험하였다. 1861년, 그가 쓴 책 ‘잠과 꿈(Le sommeil et les reves)’에는 몇 가지 사례가 소개되어있다. 그는 자신의 하인에게 부탁하여 그의 수면 중에 여러 가지 자극을 가하게 하고 그가 꾼 꿈을 기록하였다. 하인이 잠을 자는 코에 향수를 갖다 대자, 다음과 같은 꿈이 만들어졌다. ‘카이로의 유명한 향수 가게에 있었다. 그리고나서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친 듯한 사랑의 모험을 떠났다.’ 모리가 한 자극몽 유발 실험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이같은 외적 자극에 의한 생리몽은 술이나 화학물질의 섭취를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으며, 신체 내부의 자극에 의해서도 꿈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꿈 해석 모임에 참여하고 있던 어떤 여성은 어느날 썩은 고기가 들어있는 지갑 꿈을 꾸었다. 이 꿈을 꾸고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자 자궁경부암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추가 검사를 고집했다. 그 결과, 매우 공격적인 형태의 자궁암에 걸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때 발견하지 못했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이 꿈을 꿀 당시 그녀는 아무런 증상도 느끼지 못했고,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이 꿈을 함께 공유한 꿈 해석 집단의 해석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믿고 있다.

이 여성의 꿈을 해석하면 뇌(특히 우뇌와 변연계)에서 이 불쾌하고 위험한 신체적 신호를 ‘언어’가 아닌 ‘은유적으로 시각화된 이미지’로 변환시킨 것으로 보인다. 썩은 고기는 괴사하는 신체조직, 지갑은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고 있다. 또한 정보의 전달체계 측면에서 보면 뇌와 몸의 내장기관을 서로 연결하는 신경이 미주신경(Vagus Nerve)인데, 깨어있는 동안에는 외부의 시각과 청각 정보가 너무 강해서 뇌에 전달하는 미세한 신호가 묻힐 수 있다. 하지만 수면 중에는 외부 자극이 차단되고, 뇌가 내부 장기에서 오는 미세한 신호에 더 집중하는 내부감각(Introception)이 발달해 신체의 이상 여부를 엿볼 수 있게 된다. 결국 신체 내부의 이상 상황이 미주신경과 골반내장신경의 신경경로를 통해서 뇌로 전달되었고 이 자극이 꿈의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질병 초기 신호가 꿈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전구몽(Prodromal Dreams)이라고 불린다.

이러한 불쾌한 꿈을 꾸면 먼저 심리몽인지 생리몽인지를 판단해보고 그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 좋다. 결국 꿈을 꾼 사람이 꿈을 어떻게 해석하고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자신의 삶의 폭과 질을 높힐 수도 있고, 불행을 막을 수도 있다.

국경복의 Dream 톡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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