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 있는 공모”…송도 재외동포타운 분양대행 입찰 ‘흔들’
수백억 수수료 걸린 공모, 마감 당일 자격 요건 완화
선정 주체까지 변경…“결과는 정해진 것” 지적 무성
법률전문가 “배임수재 성립 가능”…경제청 감독 공백
입력2026-02-23 16:37
수백억 원대 분양대행 수수료가 걸린 송도 재외동포타운 3단계 사업에서 공공 시행사가 공고 내용과 선정 절차를 잇달아 바꿔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자격 요건 완화부터 선정 방식 변경, 서류 보완 허용까지 수시로 절차가 달라지면서 업계에서는 “이미 임자가 있는 공모”라는 말이 나온다. 관리·감독 기관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인천경제청)은 사전 승인 없이 사후 보고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수백억 수수료에 공고까지 흔들렸다
의혹의 배경에는 막대한 분양대행 수수료가 있다. 송도 11-1공구 재외동포 공동주택은 지상 44층·지하 2층·14개 동, 1700세대 규모다. 세대당 분양가 약 8억 원 기준 총 분양 대금은 약 1조 3600억 원에 달한다. 1단계 때 수수료 5%, 2단계 때 5.5%와 같은 비율을 적용하면 3단계 수수료는 680억~748억 원에 이른다. 막대한 분양대행 수수료에 인천글로벌시티는 한때 수수료를 2%로 낮추려 했다고 한다. 이마저도 272억 원(2%)이다. 대형 건설사의 분양대행 수수료율이 통상 1% 미만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분양대행 수수료를 최소 150억 원 내외로 책정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는 3단계 분양대행 용역이 쟁점화된 원인이다.
이 수수료를 둘러싼 경쟁에서 공고 내용이 수시로 바뀌었다.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인천시 100% 출자 공공 시행사 인천글로벌시티는 지난 1월 26일 분양대행 용역업체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애초 입찰 참가 자격은 ‘최근 3년간 송도 단일 지역 분양 실적 2000세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입찰 마감일인 1월 30일, 마감 4시간 전에 요건이 ‘1500세대 이상’으로 낮아졌다. 인천 지역 제휴업체 실적을 합산할 수 있다는 조건도 추가됐고, 접수 마감일은 일주일 연장됐다. 건설업계에서 입찰 마감 당일 핵심 자격 요건을 변경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기존 요건을 기준으로 준비해온 업체에는 불리하고, 새 요건에 맞는 업체에는 유리한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사전자격심사(PQ)를 통과한 5개 업체의 인천 지역 업체 지분 현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가 100%로 가장 높고, 상□□□·산■■■·터●●●이 각각 50%, 지☆☆☆는 0%다. 인천 지역 제휴업체 실적 합산이 허용되면서 지역 업체 지분이 높은 업체일수록 자격 충족에 유리해진 셈이다.
△선정 주체까지 바뀌자 “결과는 정해진 것”
문제는 자격 요건 완화에 그치지 않았다. 인천글로벌시티는 애초 PQ 통과 업체를 대상으로 가격제안서 제출과 프레젠테이션(PT)을 거쳐 분양대행사를 직접 선정하겠다고 공고했다. 이와 달리 2월 10일 현장 설명회에서 돌연 “분양대행사 선정은 향후 선정할 시공사가 맡는다”고 발표했다. 같은 설명회에서는 ‘PQ 통과 5개 업체의 최종 PT 참여를 보장한다’면서도 ‘시공사가 추천한 1개 업체도 최종 PT에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Q를 거치지 않은 업체에 우회 참여 경로를 열어준 것이다. 해외부동산 법인 파트너십 계약서·면허증·인천 지역 업체 지분 제휴 계약서 제출 업체에 가점을 부여하는 공모 틀도 흔들렸다. 증빙 서류 누락 업체에도 제출 기한 없이 보완을 허용하면서 절차의 기본 원칙까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격 요건 완화·선정 주체 변경·서류 보완 허용 등 잇따른 절차 변경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맞춤형 공모’ 의혹의 핵심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격 요건을 낮추고, 합산 조건을 열어주고, 선정 주체까지 바꾸면 결과는 사실상 정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공고에 따라 수억 원을 투입해 사업수행 및 가격 제안서를 준비해온 업체들은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반발하고 있다. 입찰을 포기한 한 업체 관계자는 “인천시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이 원칙을 갖고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수시로 변경되면서 이미 임자가 있는 공모라는 소문이 퍼졌다”고 전했다.
△시행사 “완화인데 왜 문제”…선정권 넘겼지만 우려 여전
인천글로벌시티 관계자는 자격 요건 변경에 대해 “강화가 아닌 완화”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완화한 데다 일주일의 추가 기간을 부여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변경 배경에 대해서는 “서울 대형 분양대행사들이 전국 물량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인천 지역 업체의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사 추천 업체의 PT 참여 허용에 대해서는 시공사에 위탁하는 만큼 운신의 여지를 두자는 취지에서 담당자가 설명한 것이라며, 다음 날 시공사에 공문을 보내 5개 업체로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글로벌시티는 분양대행사 선정권을 시공사에 넘겼다. 시공사 PQ를 통과한 건설사는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포스코이앤씨·GS건설 등 4곳이다. 인천글로벌시티는 이 4개 건설사에 분양대행사 선정과 계약을 시공비와 별도로 진행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인천글로벌시티 관계자는 “이해관계가 얽히고, 인천시의 공공성을 따지는 회사다 보니 이래도 말이고 저래도 말이 나온다”라며 “PQ 단계에서 논란이 커져 시공사에 넘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시행사 개입 차단 방안에 대해서는 “아예 개입을 안 한다. 명단은 다 넘겼으니 시공사 절차대로 5개 회사 중 하나를 뽑으면 된다”고 답했다. 평가 기준도 시공사 자체 기준에 맞게 진행한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시행사가 시공사 선정권을 쥔 상태에서 분양대행사 선정만 넘기는 구조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공사 입장에서 시행사의 의중을 무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우회 선정’이 가능하다는 지적 탓이다. 맞춤형 공모 의혹에 대해 인천글로벌시티 관계자는 “그런 게 없다”고 일축했다. 5개 업체를 시공사가 공평하게 평가할 것이며, PQ를 통과한 이상 불공정한 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법률전문가 “배임수재까지 성립 가능”…경제청은 감독 공백
법조계에서는 법적 위반을 경고했다. 이승기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는 “만약 특정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맞춤형 공모가 진행된 것이 사실이라면, 입찰의 공정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입찰방해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속임수로 업체 선정 업무를 방해한 것일 경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도 성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 과정에서 회사에 불리한 계약 체결 등 손해가 발생했다면 업무상 배임도 적용될 수 있다”며 “해당 업체로부터 편의 제공이나 이익이 제공됐거나 제공하기로 약속됐다면 배임수재도 성립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해당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인천경제청은 이번 입찰 절차 변경에 대해 사전 승인이 아닌 사후 보고만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시민 세금으로 출자한 공공법인의 경영활동이 재산상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감독 의무의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진행한다는 것은 보고를 받았다”면서도 이사회 의결 사항에는 관여하지만 세부적인 경영 활동은 대표에게 위임돼 있어 일일이 감시·통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경제청은 인천글로벌시티로부터 “기준 변경은 적격 회사 5개 선정 때만 적용되고 새 심사에는 반영되지 않아 논란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감사원과 인천시 감사관의 외부 감사 수용 의사를 묻자 “감사를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고 했다.
시공사 선정은 오는 2월 26일 예정이다. 선정 결과에 따라 분양대행사 결정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