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 국가 생존에 직결…경쟁력 극대화 집중해야”
■임성수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
로봇, 초고령화시대 노동력 부족 해소할 유일한 대안
고용불안 등 해소해야 로봇 산업현장 투입 논란 극복
로봇산업 발전 가로막는 규제는 편의적 ‘제도 경직성’
국제표준 선점해야 로봇 글로벌 경쟁력 확보도 가능
입력2026-02-23 17:45
수정2026-02-24 00:12
지면 33면
홍병문
논설위원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생성형 AI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중심으로 하는 피지컬 AI로 옮겨 붙고 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이 2050년 5조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가 피지컬 AI 확산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의 산업 현장 투입이 가시화하면서 사회적 논란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로봇과 공존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임성수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봇과 AI 활용은 국가 생존과 제조업 패권이 걸린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며 “위협론에만 매몰되는 것은 이 변화에 역행해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로봇 ‘안전 지능’ 분야 스타트업인 ‘세이프틱스’의 공동 창업자이기도 한 임 교수는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 속에서 로봇과 인간의 공존은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심화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로봇과 AI를 인간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들을 안전하게 통제해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 현장에서 로봇의 투입이 확대될수록 ‘누가 더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전한 기술을 가졌느냐’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과 인간이 공동 작업하는 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인간과 로봇의 공존은 이제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로봇이 안전 펜스를 벗어나 인간과 협업한다는 것은 산업 현장에서의 제조 효율 극대화와 공간의 제약 해소를 의미한다. 로봇은 인간을 단순 반복 작업에서 해방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사회문제 해결을 돕고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필수 파트너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물리적 격리와 단순 정지 명령에 의존하는 ‘반응적 안전’을 넘어 로봇이 주변 환경과 인간의 의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위험을 예측해 대응하는 인간 수준의 ‘지능형 안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로봇의 산업 현장 투입을 놓고 노조의 반발 움직임 등 사회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과거 기술혁명의 시기에도 그랬듯이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산업 현장의 경직된 반응은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 휴머노이드와 같은 첨단 로봇에 의한 노동시장의 재조정은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문제를 갈등 없이 해소하려면 ‘고용 불안’과 ‘안전 불안’이라는 두 가지 핵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불가피한 변화에 대응하는 선제적인 재교육 투자, 창의적 고부가가치 업무로의 이동 지원 등 사회적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작업 공간을 공유해도 좋은 ‘인간의 안전 파트너’로 로봇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고도의 ‘지능형 안전’ 기술로 재해 위험을 통제해야 한다.
-로봇과의 협동 작업이 일상화되면서 현장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봇 단품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로봇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이다. 로봇 자체는 안전해도 로봇이 잡고 있는 도구나 작업 방식에 따라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 전체 공정 시스템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 인증을 받은 자동차라 해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일각에서는 노동자와 로봇의 갈등, 이른바 ‘노로’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로봇의 공장 투입은 ‘인간 노동의 성격’을 재조정하는 역사적 신호탄이다. 과거 자동화 시대에 육체적 노동이 관리직이나 서비스업으로 전환됐던 것과 같은 거대한 변곡점이다. 로봇을 배제한다면 생산성과 사회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의 협력 없이는 로봇을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로봇의 활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노로 갈등은 지능형 안전 기술과 선제적인 직무 재조정으로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로봇과 AI를 인간의 위협 대상으로 보는 우려도 적지 않다.
△로봇과 AI 활용은 이미 국가 생존과 제조 패권이 걸린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다. 로봇을 인간을 위협하는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국가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로봇과 AI를 인간에게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술들을 어떻게 지능적으로 안전하게 통제해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그 해법을 찾는 것이다. 로봇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곧 국가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한다.
-피지컬 AI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련 제도 정비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다.
△AI와 로봇의 발전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신뢰와 협력의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다. 신기술 도입 이전 또는 도입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모여 늦지 않게 안전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선제적 표준화’를 통해 로봇 시대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단순 국제표준 준수를 넘어 AI가 결합된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로봇(AMR)에 대한 새 안전성 평가 기준을 우리가 주도적으로 제정하고 국제사회에 제안해야 한다. 법규 또한 이러한 표준을 기반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시장 주도권 확보만이 아니라 우리 기업과 사회가 변화에 먼저 대응하고 준비할 수 있는 전략적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노력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위축된 기업에 로봇 안전 이슈는 또 다른 부담 요인이 되는 것 아닌가.
△오히려 반대다. 로봇 안전은 경영의 위협 요인이 아니라 혁신의 기회를 여는 열쇠다. 자동차가 안전 기술 확보를 통해 비로소 고속 주행을 허락받고 우리 일상생활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은 것과 마찬가지다. 로봇 역시 ‘지능형 안전 기술’이 확보된다면 안전 펜스 밖에서 인간과 함께 최대 효율로 활용될 수 있다. 로봇 안전 기술을 지혜롭게 먼저 해결하는 기업은 중대재해 위험을 획기적으로 낮추면서 생산성 극대화와 글로벌 시장 경쟁 우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다. 안전은 규제가 아닌 가장 강력한 기회이자 경쟁력이다.
-로봇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현재 우리 로봇 산업의 진짜 규제는 ‘안전 요구 조건’ 그 자체가 아니라 이를 운영하는 ‘제도의 경직성’이다. 현행법도 협동 응용을 허용은 하고 있지만 그 기본 틀은 과거의 기계적 차단 방식에 머물러 있어 아주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수준이다. 최신 기술은 물리적 펜스 없이도 소프트웨어와 센서만으로 지능적인 안전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지만 관리 편의적이고 경직된 법체계가 기술 기반의 능동적 안전 확보 노력을 가로막고 창의적인 로봇 활용 기회를 제약하고 있다. 기술로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 기반 안전 제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 이를 글로벌 표준으로 선점해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에 비해 높은 로봇 보급률을 자랑하지만 생산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를 가진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이는 로봇의 숫자가 아니라 ‘활용 방식’이 부가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로봇의 보급을 생산성 제고와 연결시키려면 로봇을 만들어서 파는 하드웨어 강국을 넘어 각 현장에 맞춰 로봇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설치하고 통합 운영하는 로봇 시스템통합(SI)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로봇의 활용 가치가 협동 응용에 있는 만큼 산업 현장과 일상생활에서는 로봇 단품의 안전을 넘어 운용 환경까지 고려하는 시스템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하다.
-로봇 분야에서 중국의 질주가 무섭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로봇 밀도를 급격히 높이며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경쟁은 로봇의 숫자가 아니라 로봇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에 있다. 우리는 양적인 보급보다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질적인 수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제조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소기업 생산 현장의 로봇 활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속적인 노동력 부족과 전문인력 고용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은 ‘공정의 로봇화’다. 다만 비용과 공간적 측면에서 기존 공정 변화를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중소기업 현장에서 안전 펜스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과 로봇 공존형 협동 응용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 중소기업에서 로봇 활용이 저조한 것은 로봇이 비싸서가 아니라 경직된 안전 규제를 맞추기 위해 공장 구조를 다 뜯어고쳐야 하는 ‘경직된 관리 비용’ 때문이다. 생산성 향상과 중대재해 위험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로봇 공존형 협동 응용 관련 이해와 안전 기술이 선행돼야 한다.
He is…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세종고와 서울대 기계설계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로봇 제어 관련 연구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CAMotion,Inc.’ 연구원을 거쳐 경희대 기계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경희대 공과대학 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으며 대한기계학회 부회장, 한국로봇학회 이사, ISO 산업용 로봇 안전 WG 한국 대표 전문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보호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2020년 경희대 로봇공학연구실에서 로봇 안전성 평가 및 안전 기술 벤처기업 ‘세이프틱스’를 공동 창업했다. 로봇 산업 발전 유공 대통령 표창, 국제표준화 공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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