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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이자 카니발 공간…2000년대 성인나이트클럽 비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밤풍경’ 특별전 연계 강연

“사회 변화 촉진…관련 경험이 K컬처 기반 마련”

입력2026-02-25 16:03

수정2026-02-25 18:00

지면 33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밤풍경’의 전시 모습. 최수문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밤풍경’의 전시 모습. 최수문기자

‘예쁜 여자만 고집하면 실패한다’, ‘오는 여자 막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는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 주세요’ 등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성인나이트클럽’에서 볼 수 있던 문구다. 주로 남자 화장실에 붙어 있었던 이 글은 성인나이트클럽의 핵심인 ‘부킹’(즉석 만남)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이었다고 한다. 당시 성인나이트클럽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고 이것이 지금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진행하고 있는 특별전 ‘밤풍경’의 연계이자 ‘문화가 있는 날’ 행사로 ‘일상의 카니발: 성인나이트클럽, 일탈과 저항의 경계’라는 주제의 강연이 25일 열렸다. 이날 장세길 전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2∼2003년 전주시청에서 근무하면서 성인나이트클럽 현장을 조사·연구한 결과를 이번 행사와 연계, 새롭게 다듬어 발표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성인나이트클럽은 가부장 질서가 전복되는 일탈의 장소이자 저항의 일상적 카니발 공간”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성인나이트클럽을 방문하는 주된 목적이자 핵심이 만남 놀이, 즉 부킹에 있다고 설명하며 “주로 30~40대 기혼 남녀의 이탈이 묵인되는 장소”라고 짚었다.

장 위원은 성인나이트클럽 곳곳에 카니발 요소가 깃들어 있다고 봤다. 카니발은 서구에서 사순절에 앞서 3일 또는 한 주일 동안 즐기는 명절을 뜻하는데 나이트클럽은 사회적 규범이 파괴되는 공간이자 몽환을 꿈꾸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은 국내 전반적으로 낙관과 과잉의 시대였다. 새천년이 도래하면서 낙관론이 번졌고 IMF 사태 이후의 보상심리, 한일 월드컵을 배경으로 밤의 공간이 재발견된 것이 주목받는 시대였다. 여기에 주5일제 시행으로 여유시간이 많이 생긴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생긴 성인나이트클럽은 카바레(무도장)에서 춤을 매개로 남녀가 즉석에서 만나는 관행이 나이트클럽으로 이어진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성인나이트클럽은 2010년대 이후 크게 쇠퇴한 상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밤풍경’에 전시중인 1990년대 앨범과 나이트클럽 홍보 성냥갑 모습. 최수문기자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특별전 ‘밤풍경’에 전시중인 1990년대 앨범과 나이트클럽 홍보 성냥갑 모습. 최수문기자

성인나이트클럽에서의 일탈도 한계가 있었다. 장 위원은 술의 종류나 웨이터 팁 금액에 따라 클럽 내 지위가 나뉘는 점을 언급하며 “서열화와 계급 질서가 재현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일상의 전복 또는 상생 및 공존의 경험이 켜켜이 쌓이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를 촉진했고 현재의 K컬처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우리 현대사의 밤의 시간과 공간을 조명한 특별전 ‘밤풍경’을 열고 있다. 광복 이후 1982년까지 이어진 야간 통행금지부터, 오늘날 밤 문화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특별전은 3월 22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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