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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위기에서 찾는 새로운 원전 기회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전 폐쇄 뉴욕 전기료 10% 폭등

美민주도 재생에너지 정책서 선회

AI 전력난 가중…K원전 수출 기회로

입력2026-02-25 17:51

수정2026-02-26 00:05

지면 35면

최근 미국 뉴욕과 동북부 지역에 혹한이 찾아오면서 소리 없는 전력 대란이 벌어졌다. 시장주의가 지배하는 곳이니 전기 요금도 시장 상황에 즉시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지에서는 연일 전기 요금 상승을 염려하는 뉴스가 나온다. 이 지역은 민주당 성향이 강하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자력발전에 대해 비교적 덜 우호적이어서 여러 원전이 규제 요구에 맞춰 설비를 추가하기보다는 운전을 중단하는 것을 택했다. 이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제한된 가스 운송 파이프라인 용량으로 전력 생산에 사용할 가스가 부족한데 환경 파괴 논란에 파이프라인 증설도 못 했다.

에너지원을 직접 생산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뉴욕과 미국 동북부 지방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래서 이 지역의 전기 요금은 평균에 비해 50% 정도 더 비싸다. 파이프라인이 모자라면 액화천연가스(LNG)를 만들어서라도 실어와야 하는데 1920년에 제정된 미국의 존스법 때문에 이마저도 막혔다. 미국 연안에서 운항하는 배는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미국에서 건조한 LNG선은 한 척도 없기 때문이다.

즉 현재 상황은 주어진 자연환경과 사람들이 만든 규제, 사회 시스템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래부터 다른 주에 비해 비쌌던 전기 요금이 더욱 비싸지게 됐다. 같은 지역이라도 원전이 비교적 그대로 남아 있는 뉴욕주 북부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원전과 수력으로 전력 수요를 거의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년 전 인디언포인트 원전 가동을 중단한 뉴욕시 인근은 지난해에만 전기 요금이 10% 상승했다.

이런 와중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더해져 이제는 전력 공급원 확보가 지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경쟁이 국가 간의 경쟁 못지않다. 데이터센터는 정보 및 AI 기반 산업에서 교두보가 되지만 동시에 엄청난 전기 소모량으로 인해 요금 폭등을 유발할 수 있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대처 방안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에너지 요금 폭등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잃어버린 유럽의 상황은 미국보다 더 절박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곧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는 없다.

압도적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아이러니지만 우리나라가 에너지 전략을 수립하는 데 참조할 것이 많다. 특히 최근 에너지 문제를 바라보는 미국 대중의 시선과 정치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올해 실시한 갤럽 조사에서는 60%의 미국인이 원자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반대 의견(35%)을 크게 앞섰다. 또 전통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우선하던 민주당 정치인들도 원전 위주로 전력 정책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소속인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가 지난해에 1GW 원전 신설 계획을 발표한 것도 깜짝 놀랄 변화라고 했었는데 올해 초 더 강화된 5GW의 원전을 신설하는 계획을 공개해 원전 중심의 전력 공급으로 전환할 것임을 밝혔다.

위기는 다른 한편에서 기회를 가져온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원자력 및 에너지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당장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강대국의 전력 수요 물결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새롭고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일지 기회일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우리 정책 결정자들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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