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광물 공급망, 과감한 기업 지원 필요하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초빙교수
광물 무기화에 해외 자원개발로 대응
전고체 배터리 소재 등 민간 투자 성과
비즈니스망 갖춘 기업 지원 강화해야
입력2026-02-27 05:00
수정2026-02-27 05:00
지면 31면
미국이 핵심 광물에 최저가격제를 도입해 중국의 저가 공세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제이컵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이달 4일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국가 기술 리더십 서밋’에서 “미국이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가격제한제 시스템을 관련 정부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국무부가 55개국을 초청해 연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가격하한제 도입과 사모펀드의 적극적 참여를 제안했다.
중국이 희토류와 배터리 관련 핵심 광물의 정제·가공 분야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상황에서 미국의 가격하한제는 단순한 산업 지원책을 넘어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하려는 집단적 방어 장치로 풀이된다. 미국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희토류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호주·일본 등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에 본격 나섰다. 지난해 말 미국과 호주가 먼저 핵심 광물인 희토류 프레임워크를 출범시켰고 이어 일본도 참여했다. 세 나라는 특히 희토류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국가안보의 전략자산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첨단무기 등 핵심 산업 전반에 활용되는 만큼 중국이 생산과 정·제련을 사실상 독점한 현실에서 공급망 다변화는 이제 생존의 문제로 부상했다.
무엇보다 철강·조선에 이어 소재·부품·장비 제조업 중심의 우리에게는 절박한 과제가 공급망 안정이다. 중국이 희토류 및 핵심 광물 통제를 미중 기술 경쟁의 반격 카드로 꺼내 든 만큼 우리나라도 대응을 잘해야 한다. 특히 주요국 간 분쟁이나 기술 싸움에서 핵심 광물을 앞세워 상대국을 압박하는 자원 무기화는 이제 일상화됐다.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해외자원개발, 공급망 다변화, 대체 물질 개발, 재자원화뿐이다.
우리 정부의 핵심 광물 공급망 정책은 자원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자원 산업 육성이며 그 역할을 민간이 주도하고 공기업이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됐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 2차전지 소재 업체 등의 기업은 중국 외 제3국에서의 자원 개발 추진 및 글로벌 자원 개발 회사와의 장기 공급계약 체결과 같은 배터리 원료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다만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해 정부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지원 예산 증액, 자원 공기업의 역할 강화가 여전히 미흡하다.
우리와 경쟁 상대국인 일본 정부의 핵심 광물 공급망 정책은 매우 체계적이다. 해외 광물 확보 분야에서 보면 2000년대 초중반 이후 일본은 일본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등 공공기관과 정책금융기관을 동원해 해외 광물 자원 개발 시 민간기업과의 리스크 공유 체제를 정비했고 자원 위기 발생에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지난해 3월 JOGMEC이 민간기업인 이와타니와 공동으로 프랑스 희토류 정제 사업에 최대 1억 1000만 유로(약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또 JOGMEC은 소지쯔·도요타통상·미쓰비시상사와 같은 민간 종합상사와 공동 출자하는 방식으로 호주 마운트웰드 광산, 베트남 동파오 희토류 광산, 미국 마운틴 패스 희토류 광산 등에 대한 개발권을 취득했으며 중장기적으로 일본의 희토류 대중국 의존도를 80~90% 수준에서 50~60% 수준으로 낮추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자원 공기업인 한국광해광업공단이 10년 넘게 해외자원개발을 못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자원 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아버렸다. 하지만 민간기업은 자체적인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전고체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는 에코프로다. 에코프로그룹의 지주사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는 2022년부터 약 7000억 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모로왈리 산업단지 니켈 제련소 4곳에 투자를 진행해 지난해 약 2500억 원 상당의 투자 이익을 거뒀다.
특히 에코프로는 특정 메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용 차세대 소재로 포트폴리오를 추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전고체 전지 적용 삼원계 양극재를 개발하고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이 리튬메탈 음극재 및 고체 전해질 핵심 소재인 황화리튬을 내재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한 양극재 제조사를 넘어 전고체 배터리 전 영역의 소재를 아우르는 ‘풀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기술력을 높여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리튬이온을 전도하며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지향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체 전해질은 불에 타지 않아 화재 위험이 낮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할수록 핵심 광물은 우리 제조업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다.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는 우리 산업의 실존적 생존과 직결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 전략을 확고히 세우고 실리와 실용의 관점에서 기술과 글로벌 비즈니스망을 가진 기업에 대해 보다 실질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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