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출 늘고 주식 호황에도...소비 증가 예전보다 못해”
‘과거 회복기에 비춰본 현 소비 국면’ 보고서
IT중심 호조, 주가 상승은 고소득층에 혜택
고소득층은 소득 늘어도 상대적으로 덜 써
입력2026-02-27 08:48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늘고 주식 등이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효과는 과거보다 약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6일 공개한 ‘과거 회복기에 비춰본 현 소비 국면 판단과 전망’ 보고서에서 “2000년대 이후 다섯차례의 민간 소비 회복기와 비교하며 현재 소득·자산가격 등 거시여건 개선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파급 효과가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산업간 불균형 심화로 수출 확대가 가계 소득과 소비 증가로 연결되는 경로가 약해졌다.
현재 경기 개선을 주도하는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부문은 자본 집약도와 생산 과정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전·후방 연관 효과가 작고,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다. 이에 반도체 중심의 성장 혜택은 산업 구조상 대기업·고소득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은에 따르면 소득 5분위(상위 20%)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MPC·새로 늘어난 가처분 소득 가운데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은 약 12%로 전체 평균(18%)의 약 3분의 2분에 불과하다. 소득이 늘어도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덜 쓰는 경향이 있어 소득 증가가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자산 가격 상승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도 약해졌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부동산의 경우 자산 가치 상승은 부채 확대를 동반한다. 결국 원리금 상환 부담이 ‘부(富)의 효과’를 제약할 수 있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최근 증시가 반도체 기업 실적 기대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계 입장에서는 평가이익이 늘었더라도 이를 안정적인 소득 증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구나 주가 상승 영향이 고소득층에 집중된 점도 문제다. 고소득층의 주식·채권·펀드 자산 한계소비성향 역시 0.8%로 전체 평균을 밑돈다. 주가 상승의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면서 경제 전체로 소비 파급 효과가 희석되는 구조다.
자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기대수익률이 소비를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한은은 “최근 가파른 자산가격 상승 기대는 가계로 하여금 소비보다는 투자를 우선시하게 만들어 소비 진작 효과가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소비는 지난해 1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해 올해 ‘점진적’ 회복기에 접어들겠지만 파급 경로가 약해진 점을 고려하면 향후 증가세가 과거와 비교해 비교적 완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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