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2분기 D램값 대폭 인상…내년까지 급등세
고객사들에 통보후 협상 단계 돌입
애플 등 대량 구매 빅테크들 외에
직전 계약가 2배 이상 달할 수도
에이전틱 AI 전환 따라 수요 폭증
가트너, 연내 130% 상승 전망도
입력2026-02-27 17:43
수정2026-02-27 23:37
지면 11면
세계 양대 D램 제조사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고객사들에 2분기에도 D램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폭증하는 D램 수요에 비해 두 회사의 공급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올해 전체 가격 인상 폭이 130%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 D램 공급가 인상을 고객사들에 통보하고 가격 협상에 나서고 있다. 인상 폭은 고객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주요 공급사가 아닌 곳은 큰 폭의 가격 인상을 수용해야 D램 물량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행 생산능력은 D램 수요가 계속 급증해 60% 정도만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고객사도 가격 인상보다는 물량 확보에 매달리고 있어 대폭적인 가격 인상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고객사의 경우 직전 계약 가격보다 두 배 이상의 인상 폭을 수용해야 D램 물량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인프라 구축 열풍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폭등하고 있는 D램 가격이 거래 관행을 완전히 바꿔 대형 고객사와 중소형 업체들의 구매력 차이가 커지고 있어서다.
통상 반도체 D램은 엔비디아·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구매에서 유리한 구조다. 대량으로 D램을 구매하는 빅테크는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물량과 가격 범위를 정해 계약하고 최종 공급가는 납품 시기의 시장가에 맞춰 조정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시장 사이클과 관계없이 대규모 물량을 구입하는 빅테크와는 공급망(밸류체인) 유지를 위해 가격 책정에 있어 우대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소형 고객사들은 매월 시장가격을 반영하는 계약을 맺어왔고 D램 가격이 급등한 지난해 4분기부터는 삼성과 SK 입장에서 유리한 분기 단위로 물량을 정하는 ‘입도선매’ 계약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2분기 계약 갱신을 앞둔 고객사들에 큰 폭의 가격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소형 고객사 할 것 없이 계약 물량은 시장가격을 반영해 제품 가격이 인상된다”면서 “다만 기존 계약이 끝나서 새 계약을 맺으면 협의된 가격 범위가 없기 때문에 가격 인상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D램 가격은 올 한 해 두 배 이상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말까지 D램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메모리 가격이 130% 오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시장조사 기관인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3달러 수준이던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8Gb 제품 가격은 지난해 말 9.3달러까지 올랐고 올해 2월에는 13달러까지 40%가량 치솟은 상황이다.
업계는 칩 가격 폭등에 대해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 아닌 장기적으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AI 산업이 단순 검색을 하는 형태에서 인간의 전문 영역을 대체하는 ‘에이전틱 AI’로 전환하면서다. 에이전틱 AI가 기업과 정부는 물론 개인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에까지 채택되면서 추론과 연산을 돕는 D램 수요는 더욱 폭증하고 있다.
반면 메모리 3사의 올해 D램 생산능력은 지난해와 동일하거나 약 7%(SK하이닉스)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AI를 한 가지가 아니라 용도에 따라 두세 가지를 함께 쓰는 형태가 되면서 D램 수요는 더 늘고 있다”며 “이미 내년 물량까지 완판됐기 때문에 가격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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