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에 지친 일학개미, 美장기채 ETF 판다
보관액 1위 ‘2621’ 두달새 10%↓
2월에만 4600만弗 가까이 순매도
엔저 장기화에 금리인하 기대 꺾여
수익 내기 힘들어지자 이탈 가속화
입력2026-02-27 18:01
수정2026-02-27 23:38
지면 13면
엔화값 상승과 미국채 금리 인하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일학개미(일본 증시 상품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상품 가격이 소폭 반등하자 이를 대거 팔아치웠다. 장기 투자자일수록 손실 구간에 위치한 상품이지만,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고 미국 장기채 금리의 추가 하락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투자자들이 급속 이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일본 증시에 상장된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종목번호 2621)’ 보관액은 이달 25일 기준 4억 3840만 달러(약 6290억 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억 9825만 달러) 대비 약 두 달 만에 10.1% 줄어든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은 2621 ETF를 지난달 1275만 달러 매수·3161만 달러 매도로 1885만 달러어치 순매도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523 달러 매수·5121만 달러 매도로 무려 4598만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엔화 가치가 급락했던 20일부터 닷새 동안 1413만 달러를 팔아치웠다.
2621 ETF는 2020년 말 일본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으로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 국채를 집중 투자한다. 운용사는 일본 블랙록자산운용이다. ETF 매수시 엔화로 환전해 투자돼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하고, 미국채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하면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엔화와 미국 달러의 환율 변동성을 환헷지한다는 특징 때문에 높은 위험 부담을 선호하지 않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2621 ETF는 2023년 중순 일학개미 순매수 1위 종목에 오른 뒤 현재까지 2년 넘게 압도적인 보관액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2621 ETF 순매도를 늘린 건 우선 지난해 4월부터 약세로 전환한 엔화가 좀처럼 반등 기미를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화 대비 엔화는 지난해 4월 18일 1018.53원으로 연중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하락 전환해 최근 920원선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해당 ETF를 신규 매수한 투자자라면 환차손으로만 최대 9% 가까운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일본은행(BOJ)이 엔화 가치 하락 대응을 위해 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음에도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내걸고 돈 풀기를 예고한 상황이라 엔저 장기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25일 BOJ 정책심의위원회에 금리인하 성향의 학자 2명을 지명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증시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채 장기 금리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포모(FOMO·소외 공포감)’ 심리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명된 이후 연내 2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하면서 이달 들어 미국채 금리가 다소 하락(가격은 상승)했는데, 이를 탈출 기회로 삼은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2621 ETF 가격이 이달 3일 1065엔에서 이날 1113엔으로 4.5%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엔저 흐름을 고려하면 이익 실현보다는 손절매에 가깝다.
나아가 증권가에서는 미국채 금리 하락이 추세적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봤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국채 금리는 2월 들어 반락하며 2025년 이후 박스권 하단에 근접했다”면서도 “연내 2차례 이상 반영된 인하 기대는 시차를 두고 후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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