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두 번째 위기에서 얻는 교훈
이혁재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반도체공동연구소장
CPU에 안주, 기술개발 속도 떨어져
재도약 기회 놓치고 후발주자로 고전
삼성전자, 인텔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
입력2026-02-27 18:16
수정2026-02-27 23:45
지면 23면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코스피지수가 6000을 넘어설 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승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당시 메모리반도체를 대표해 온 삼성전자와 더불어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시장을 장악해 온 인텔도 동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반도체 산업의 정점에서 1·2위를 다투던 두 기업이 함께 흔들렸다.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빠르게 위기를 벗어난 반면 인텔은 아직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두 기업이 처한 위기의 단계가 달랐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이 첫 번째 위기의 단계에 있었던 반면 인텔은 2000년대 초반의 위기를 이미 거친 뒤 다시 맞는 두 번째 위기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현재 직면한 위기는 과거 인텔이 처음 위기를 맞았던 단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위기 당시 인텔은 압도적인 생산 능력과 수십 년간 축적된 공정·설계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후 인텔은 2020년대 초반까지 15년 이상 장기 호황을 누렸다. 이 성공의 시간은 인텔이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다음 도약을 준비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러나 인텔은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 첫 번째 위기 당시 경쟁사 대비 우위를 보였던 기술 격차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좁혀졌다. 동시에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은 CPU 시장을 넘어 인공지능용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스마트폰용 반도체로 빠르게 이동했다. GPU 시장은 엔비디아, 스마트폰 시장은 ARM 기반 설계와 TSMC 파운드리 조합이 주도하고 있었다.
인텔 역시 GPU와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인텔에는 CPU라는 ‘캐시카우’가 존재했기 때문에 신시장 진입에 적극적이지 못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캐시카우의 존재는 기술 개발의 절박함을 약화시켜 경쟁사에 비해 개발 속도 저하로 이어졌다. 그 결과 인텔은 미세 공정 경쟁력에서 TSMC에 뒤처지게 됐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후발주자가 됐다.
결국 인텔은 재도약의 기회를 놓친 채 맞이한 두 번째 위기에서 첫 번째 위기와는 다른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과거에는 내부 역량을 정비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기술 경쟁에서 뒤처진 데다 새로운 시장에서도 후발주자로서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다.
삼성전자가 첫 번째 위기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인텔의 첫 번째 위기 극복 방식과 유사하다. 위기의 본질을 인식하고 핵심 경쟁력을 중심으로 재정비하며 과감한 선택과 집중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인텔이 겪고 있는 두 번째 위기를 교훈으로 삼는다면 인텔의 현재와는 다른 삼성전자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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