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롱학과’ 만든 가상대학 밈 확산…인스타·커뮤니티 휩쓴 ‘율정가대’
AI 시대 청년의 냉소가 밈으로
입력2026-03-01 11:28
최근 인스타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율정가대학교’라는 가상 대학 설정의 밈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존하지 않는 대학과 학과를 그럴듯하게 꾸며 학벌·전공 담론을 비트는 방식으로 일부러 허술하고 과장된 설정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1일 인스타그램 등에 따르면 율정가대학교는 학과 안내문, 합격 공지, 신입생 모집 포스터 등 실제 대학 홍보물을 흉내 낸 게시물 형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학 공식 계정을 연상시키는 구성과 말투를 차용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학과 구성이다. ‘조롱학과’, ‘AI 철학윤리 조롱학과’, ‘딥페이크학과’, ‘다이소총무학과’ 등 전공명 자체가 풍자의 장치로 작동한다. AI 윤리·철학, 딥페이크 같은 최근 사회적 이슈를 전공명에 그대로 끌어와 ‘미래 먹거리’로 포장된 담론을 비틀고, 취업·생계와의 괴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학과 커리큘럼이나 졸업 진로 설명 역시 의도적으로 공허하게 구성돼 웃음을 유도한다.
이 밈은 단순한 유머를 넘어 청년층의 체감 정서를 반영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공을 선택해도 삶의 경로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기술 발전이 곧 개인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 경험이 ‘조롱’이라는 형식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AI를 둘러싼 담론이 윤리·규제·미래 산업으로 확장될수록 그 수혜에서 자신들이 비켜서 있다는 감각이 밈 소비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벌을 통한 계층 이동에 대한 기대 약화 역시 확산 배경으로 꼽힌다. ‘좋은 전공·좋은 학교’라는 공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가상 대학이라는 설정을 통해 집단적으로 확인되는 셈이다. 댓글과 패러디가 빠르게 파생되며 밈이 재생산되는 과정도 이런 공감대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냉소적 유머’의 전형으로 본다. 불안과 무력감을 정면으로 호소하기보다 허구의 제도와 과장된 설정을 통해 웃음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한 심리상담 업계 종사자는 “기술과 교육을 둘러싼 거대한 담론이 일상과 연결되지 않을수록 청년층은 밈이라는 간접 화법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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