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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경제를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메건 맥아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실제 잘 안일어날 일 피하려 비용 치러

보험료 올라도 혜택 모르는 것과 비슷

소비자, ‘지표 좋은데 불황’ 이해 못할뿐

입력2026-03-03 05:00

지면 31면

인터넷 담론에 깊은 관심을 지닌 사람이라면 한때 유행했던 ‘확률론적 테러(Stochastic terrorism)’라는 용어를 기억할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결과의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 안에 강한 무작위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폭력은 통계적으로는 예측 가능하지만 개별 폭력 사건의 예측은 불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최근 필자는 소위 ‘확률론적 경제’라 부를 만한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통계적으로는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개별적으로는 드물게 일어나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우리가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의 대화 상대들은 ‘평면TV’처럼 몇 가지 개선된 점이 있다는 데 동의하지만, 얻은 것만큼 잃은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모니터 화면은 분명 더 좋아졌지만 소셜미디어는 우리의 집중력을 망쳐 놓았다.

자동차 안전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독자들은 새 차 평균 가격이 5만 달러가 넘는다는 기사를 접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사람들에게 이 수치는 믿기지 않을지 모른다. 1990년의 새 차 평균 가격은 1만 5000달러로, 오늘날의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3만 8000달러 정도다. 대부분의 가정에 자동차는 중요하고 피할 수 없는 구매 품목이자 가계 경제 상황을 가늠할 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다. 이처럼 엄청나게 오른 자동차 가격은 우리의 경제 상황이 악화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동차 가격이 오른 이유 중 하나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소비자들이 여유 자금을 더 크고 고급스러운 자동차에 투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 승용차보다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더 많이 팔린다. 또 다른 이유는 차체 제어장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같은 안전장치 등 다양한 첨단 기능이 새 차에 탑재되기 때문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30년 전보다 훨씬 나은 성능과 개선된 기능을 지닌 차량을 구매한다. 이는 교통사고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에서 1995년에는 1억 마일 주행당 1.7명이 사망했지만 2024년에는 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인간 생명의 가치와 비교하면 자동차 한 대당 몇천 달러를 더 지불하는 것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막상 자동차 대리점에서 차를 살 때는 생각이 달라진다. 차량 안전성이 개선된 덕에 교통사고로 숨질 확률은 크게 줄어들었지만 애초에 그 확률 자체가 대단히 낮았다. 여기서 우리는 ‘확률론적 경제’로 들어간다. 통계적으로는 누군가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정작 본인에게 일어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많은 돈을 쓰는 것들, 예컨대 자동차보험이나 주택보험도 이러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의료 서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의료 서비스만큼 삶의 질이 뚜렷하게 개선된 분야도 없다. 암 면역요법은 물론 팬데믹을 중도 하차시킨 mRNA 백신 개발 등이 대표적 개선 사례에 속한다. 하지만 삶의 질 향상을 둘러싼 논쟁 또한 치열하다.

확률적으로 당신은 지난 30년에 걸쳐 치료법이 크게 발전한 질환 중 하나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당신은 치료법의 발전 정도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뿐더러 자신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도 잘 모른다. 매년 보험료를 통해 필요한 치료 비용을 조금씩 선제적으로 부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어떤 질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보험료를 지불한 대가로 얻는 혜택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보험 가입자의 눈에는 그저 계속 오르는 보험료만 보일 뿐이다.

확률론은 좋은 경제지표와 나쁜 경제 분위기 사이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평범해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유나이티드헬스케어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톰프슨의 암살에 내심 환호한 비밀스러운 이유도 설명해준다. 대중은 보험사를 극도로 싫어한다. 돈만 가져가고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보험사들은 그들이 거둬들인 보험료의 대부분을 가입자들의 의료 서비스에 사용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 2024년의 경우 보험사의 평균 수익률은 1% 미만이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그저 많은 돈을 내고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뇌는 이런 종류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 아쉽게도 우리의 뇌는 확률론적 테러는 잘 처리하면서도 확률론적 경제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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