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식 “中, AI 연 100만 양병·산학 무한경쟁…韓, AX 속도 내야”
■정문식 서울대 AI연구원 교수 인터뷰
中, 생성형·피지컬 AI 국가 핵심분야 설정
기업 경쟁 치열·종신 교수도 부진시 탈락
美 제재로 과기인재 회귀…AI 생태계 굳건
“韓, 부처 간 칸막이·빅데이터 족쇄 없애고
산업현장 피지컬 AI 확대 전략 강화해야”
입력2026-03-03 07:30
수정2026-03-03 22:20
지면 27면
“중국 선전에 있는 화웨이에서 5년을 근무했는데 현지에서는 신규로 연간 약 100만 명이나 되는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인력을 배출하더라고요. 스타트업들이 기술에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제품을 낼 수 있는 혁신 생태계도 갖추고 있고요.”
정문식 서울대 AI연구원 교수(산학협력중점교원)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의 첨단기술 옥죄기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등 현지 빅테크들이 건재한 것은 그만큼 첨단 산업·인력 생태계를 잘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 학사 및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방문연구원, LG CNS를 거쳐 삼성(종합기술원·전자)에서 18년을 근무한 뒤 화웨이에서 최고 전문가(Chief Expert)로 활동했다.
그는 “삼성전자 재직 당시 중국 삼성연구소나 현지 교수팀과 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넓은 무대에서 AI와 산업 기술을 다뤄보고자 선전으로 갔었다”며 “현지의 기업 문화는 대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정말 경쟁이 심하더라”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정년 보장(테뉴어)을 받은 교수도 몇 년에 한 번씩 재계약을 해야 해 3~4시간 자고 연구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결국 중국 첨단 산업의 경쟁력이 커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에도 많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중국은 정부의 전략적 투자와 빅테크 기업의 역량, 학계와 연구계의 기술 지원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분석이다. 생성형 AI 모델과 자율주행·로봇·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 분야를 국가 핵심 분야로 설정하고 비교적 개방적인 플랫폼 전략을 통해 스타트업의 빠른 시장 진입과 실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화웨이도 미국의 강한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기존 스마트폰과 통신장비 외 AI반도체 칩·프레임워크·클라우드·운영체제(OS)까지 포괄하는 기술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화웨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하모니 OS(Harmony OS)를 중심으로 생태계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며 “중국 내 연구소는 물론 아일랜드·스위스 등 유럽을 비롯한 해외 연구소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며 기술 자립은 물론 장기 연구개발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성장 엔진이자 현지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에는 화웨이 외에도 텐센트·BYD·DJI·ZTE 등 빅테크 외에 유비텍 같은 로봇 기업들도 많다. AI·소프트웨어·대규모 로봇 사전학습 모델을 갖추고 전자상가 밀집 지역인 화창베이까지 있어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술 기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다. 그는 “화웨이 본사에 있을 때 동관·항저우·베이징 등의 사내 주요 연구소와 협업하며 AI 솔루션 R&D와 사업화를 했다”며 “회사가 미국의 제재로 퀄컴 칩이나 안드로이드를 못 써 직접 반도체사를 설립하고 하모니 OS를 만드는 등 자립에 나섰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대중 제재 이후 미국 빅테크나 대학에서 중국으로 회귀한 과학기술 인재가 크게 늘어나며 첨단 산업 발전의 한 토대가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글로벌 AI 경쟁은 디지털 서비스 중심에서 제조·에너지·교통 등 실물 산업을 포괄하는 피지컬 AI 경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중국은 기술과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한 국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AI 주요 3개국(G3) 도약을 위해 국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AI를 기존 산업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루빨리 정부·대학·기업 간 협력 구조를 강화하고 생성형·피지컬 AI의 기술 고도화와 산업 현장 적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교수는 AI를 제조·의료·국방 등 각 분야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처 간 칸막이와 정보 보호의 족쇄에 막힌 고품질 빅데이터의 활용,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 가속화, 기계·물리·전기·전자·예술·정책 등 융합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난해 5월 귀국해 서울대 AI연구원에 둥지를 튼 것도 우리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피지컬 AI 관련 국책 과제와 기업의 AI·디지털 전환(AX·DX)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EU의 연구 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참여를 모색하며 현지 산학연과 AI·로봇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산업 현장의 문제를 AI 기술로 해결하는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미국 팔란티어처럼 제조 분야에서 AI 모델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는 솔루션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