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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정부, 석유·LNG 비축분 투입 검토…삼성전자 임직원은 인근 국가로 대피

[미국·이스라엘, 이란 공습]

정부, 비상대응반 긴급구성 가동

원유 수입 70% 페르시아만에 의존

장기전 되면 물가·유가·환율 직격탄

물동량 우회로·대체 수급원 등 마련

입력2026-03-02 16:32

수정2026-03-02 19:55

지면 3면
1일(현지시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아랍에미리트 연방(UAE) 두바이의 산업 시설이 모여있는 샤르자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아랍에미리트 연방(UAE) 두바이의 산업 시설이 모여있는 샤르자 지역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교전이 격화하면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수요 폭발에 힘입어 반도체 산업이 우리 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가중되면 산업 곳곳에서 경고음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와 전기요금에 민감한 국내 기업들도 컨틴전시 플랜을 재검토하는 등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정부 관계자는 2일 “호르무즈해협이 완전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유조선 운항 일정을 조절하고 대체 수급원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민간기업은 약 7개월분의 원유와 의무분을 상회하는 LNG를 비축 중인데 산업통상부는 필요시 자체 판단으로 물량을 시장에 풀겠다는 입장이다. 긴급 대응체계도 마련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2차관은 “이란 사태와 관련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상 대응반은 국제에너지반·경제상황공급망반·금융시장반으로 구성된다.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방(UAE) 두바이의 한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2026 플래닛 랩스 PBC’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연방(UAE) 두바이의 한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2026 플래닛 랩스 PBC’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AFP연합뉴스

문제는 이란이 페르시아만 일대 미군 시설에 보복 폭격을 가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인다는 점이다. 이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수출원가와 물가 모두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산 원유 최대 구매국인 중국이 에너지 가격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다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에 나오면 수급 균형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기준 원유 수급의 70% 가까이를 페르시아만에 접한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5개국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해협의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한 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자국 생산 물량 일부를 홍해와 인도양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해야 한국으로 수송할 수 있다.

유가 상승세가 본격화하면 물가도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석유류 가격과 난방 비용의 가중치 비중이 6%에 육박하는 데다 유가가 상승하면 전반적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협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수출품과 수입품 단가도 각각 2.09%, 3.15% 상승한다. 특히 LNG 가격은 평균 발전 단가를 끌어올려 전기료 인상 부담도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중동 상황 전개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중동 내 직접적인 생산 시설이나 소재 공급망이 없어 당장의 타격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위축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 중이던 직원들을 UAE 두바이와 이집트·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 UAE·카타르·이라크 지역 직원들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의 경우 정상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해운 업계의 시선은 호르무즈해협에 쏠려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봉쇄를 선언한 직후 인근에서 민간 선박이 잇달아 피격되고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면서 긴장감이 한층 고조됐다. 그리스·독일·일본 주요 해운사가 해당 구간 운항을 전격 중단한 가운데 한국해운협회는 2일 선원 보호와 전쟁보험 조건 확인, 청해부대·해양수산부와의 정보 공유 등을 당부하는 공문을 회원사에 발송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다양한 비용 부담에 직면할 예정이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선박 전문 보험사들은 전쟁 위험 가중치를 반영한 재계약에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페르시아만 항해 보험료는 최대 50%까지 할증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한 해운사 관계자는 “위험 구간에 대한 별도 요율이 적용될 것”이라며 “우회로를 선택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높은 요율을 감수하고 통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약 구조에 따라 정유사 등 화주에게도 보험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

반면 이번 분쟁이 단기전으로 마무리되면 글로벌 경제에 불확실성을 제거해 도리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데니리서치 대표를 맡고 있는 에드 야데니는 1일(현지 시간)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해군이 사실상 무력화됐다”며 “이는 전쟁 종료 후 중동 리스크를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의 석유 생산·수출 시설까지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전쟁을 끝내거나 휴전 단계로 접어들면 유가가 하락하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완화와 수요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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