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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재난을 이긴다

입력2026-03-02 17:36

지면 30면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해마다 반복되는 산불은 더 이상 우연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입산자 부주의 같은 발화 요인도 문제지만 대형 산불로 확산되는 근본 원인은 건조한 기후, 강풍, 산림 관리 미흡, 도시 확장 등 구조적 조건에 있다. 이제 재난은 단일 현상을 넘어 사회적·기후적 요인이 결합된 복합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재난의 빈도와 강도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재난은 예측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다. 발생 이후 대응에만 치중하는 사후 수습 체계에 머무른다면 산불 피해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재난 관리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후 복구 중심에서 사전 예측과 선제 대응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예측이다. 위성 영상, 기상 데이터, 산림 습도, 풍향, 지형 정보를 종합 분석하면 산불 발생 가능성과 확산 경로를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예측 정확도는 약 76% 수준이지만 예외적 돌발 상황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단계적 고도화가 병행돼야 한다. 과학적 예측을 통해 위험 지역을 사전에 특정하고 대응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일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에는 환경 변수뿐 아니라 인간 활동까지 모델에 반영하고 있다. 등산객 이동 경로와 도시 인접 지역 이용 패턴 등 사회적 요인을 위험도 산정에 포함해 예측의 정밀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도 혁신적 진전으로 평가된다. 실제 지형과 동일한 가상 공간에서 바람의 방향과 산림 연료 특성을 반영해 확산 시나리오를 도출한다.

정부는 이 같은 기술을 고도화해 현재 76% 수준인 산불 예측 정확도를 2027년까지 88%로 높이고 2030년까지 AI 기반 ‘산불진화 지능형 의사결정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산불 발생 시 60초 이내에 최적의 진화·대피 전략을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이 체계가 구축되면 화선 도달 8시간 전부터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대피시킬 수 있고, 5시간 전에는 지역 주민 전체의 안정적 대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실시간 위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산불은 단순히 나무가 타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통신 기지국이나 송전로가 소실되면 지역 전체의 정보통신 서비스가 마비되는 디지털 재난으로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재난 시 이동형 기지국을 신속히 투입하고 인프라 장애 가능성을 사전에 분석하는 통합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다. 물리적 피해와 디지털 피해를 동시에 방어하는 것이 현대 재난 대응의 핵심 과제다.

AI 시대에 산불은 더 이상 불가항력적 재해가 아니다. 우리에게는 충분한 기상 데이터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이 있다. 남은 과제는 이를 안전 시스템과 연계할 제도적 장치와 실행 의지다. 1년 365일 선제적으로 가동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자는 ‘디지털 재난안전 관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예방·대비·대응·복구를 통합 관리하고 AI 기반 분석을 제도화해 국가의 디지털 회복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예측 가능하고 회복력 높은 사회는 산업의 안정성을 높이고 시민의 일상을 지켜준다. 디지털 기반 재난 대응 체계는 단순한 안전 대책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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