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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장 줄서다 공치는 군용 드론 개발

■김태호 테크성장부 기자

입력2026-03-02 17:36

수정2026-03-02 18:32

지면 30면
2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드론쇼코리아 2026’에서 관람객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AI 소형 다목적무인기, 피지컬 AI 아음속무인기, 소형 타격무인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월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드론쇼코리아 2026’에서 관람객들이 대한항공 부스에 전시된 AI 소형 다목적무인기, 피지컬 AI 아음속무인기, 소형 타격무인기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월 말 드론 박람회에서 만난 한 대기업의 무인기사업부장은 “요새 줄 서고 있다 보면 애가 탄다”고 했다. 그가 줄을 서는 곳은 유명 맛집도, 인기 디저트 ‘두쫀쿠’를 파는 가게도 아니다. 그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곳은 군수 드론을 띄울 수 있는 비행장이다. 당장 비행장을 쓰고 싶어도 신청서를 접수하고 실제 드론 비행까지 적어도 한 달, 길게는 2~3개월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테스트할 항목은 쌓여 있는데 수개월을 마냥 대기해야 하니 속이 탄다는 것이다.

왜 이들은 드론 한 번 띄우려고 수개월을 기다려야 할까. 그 이유는 국내에 군수 드론을 날릴 장소가 한 곳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사 작전에 쓰일 드론을 시험하려면 1㎞ 이상 길이의 활주로와 수십 ㎞ 단위의 공역이 갖춰진 환경이 필요하다. 국내에 여러 드론 비행장이 있지만 해당 조건을 갖춘 곳은 전남 고흥의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이 유일하다. 적합한 인프라가 전국에 한 곳뿐이니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껏 기다렸던 비행일에 눈비라도 내리면 그 기업은 수개월 공들였던 실증 준비를 공치게 된다.

이를 마냥 기업의 푸념으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러·우 전쟁과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에서 확인했듯 드론은 현대 전쟁의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읽고 있다. 국방부는 50만 드론 전사 양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드론을 활용한 전투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는 중이다. 메시지만 읽으면 정부의 드론 산업 육성 의지는 확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행장 부족 문제에서 보듯 민간기업의 군수 드론 연구개발(R&D) 속도를 뒷받침할 인프라는 열악하다. 우여곡절 끝에 기체 개발을 마쳐도 탄약을 탑재하고 운영 비행을 띄우려면 군 비행장을 써야 해 다시 오랜 시일이 걸린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은 채 목표치만 내세운 정책 슬로건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한국은 미중과 비교해 뒤늦게 군수 드론 개발에 뛰어들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안 그래도 후발 주자인데 테스트 비행부터 수개월 밀려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피어오른다. 비록 여건은 녹록지 않으나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선두를 추월하려는 우리 기업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제는 민간의 의지가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팔을 걷어붙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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