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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성장펀드˙한국판IRA로 K반도체 더 강하게 키워야”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AI시대 도래로 HBM˙GPU 수요 급증 내년까지 이어질듯

주52시간 예외는 반도체˙로봇 등 첨단 분야로 확대해야

中, 전기차처럼 내수 다진 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정조준

호황 속 위기 상존, 민관 초격차기술 협력만이 생존 담보

입력2026-03-02 17:56

수정2026-03-02 23:48

지면 29면
서정명

서정명

논설위원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성장펀드와 국내생산촉진세제를 통해 다각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성장펀드와 국내생산촉진세제를 통해 다각도로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슈퍼 사이클’ 호황에 올라탄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734억 달러로 전체 수출 규모(7097억 달러)의 24%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시총의 40%에 육박했다. 하지만 호황 속에 도전과 위기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관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고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이란 공습에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한순간이라도 방심하거나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린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 시대 도래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공급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긴장의 끈을 풀지 말고 민관이 초격차 기술 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과의 공급망 강화는 뉴노멀이 된 만큼 양국 간 협력을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역량은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성장펀드와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인 국내생산촉진세제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이 슈퍼 사이클 호황을 맞고 있다. 향후 전망은.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79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올해는 30%가량 추가 성장해 1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큰 이유는 AI 수요 폭증이다. 자동차 등 범용 반도체는 가격 상승이 제한적이지만 HBM·GPU 등 AI에 특화된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공급 부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5~7년 이상이 소요된다. SK하이닉스 용인 팹도 내년에야 가동이 될 것으로 보이고 마이크론의 미국 아이다호 신규 팹도 내년이 돼야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려 내년 상반기까지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데.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 리더지만 파운드리와 설계는 추격 단계에 있다. 최근 파운드리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AI 관련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어 긍정적이다. 설계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다. 금융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국민성장펀드를 반도체 설계 기업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소재·부품·장비 기업에는 국내생산촉진세제를 통해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반도체 설계 기업과 수요 기업을 이어주는 매칭 정책을 확대하고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쌓은 뒤 미국과 유럽·중동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 주장도 있었는데.

△국가균형발전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무적이다.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30년 가까이 구축돼왔다. 인력과 전력·용수·교통 등 인프라가 집적돼 있고 소부장 기업 등 반도체 생태계도 완성된 상태다. 투자 결정 지연이 우리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TSMC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경쟁사들이 AI 시대를 겨냥해 천문학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입지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도권 클러스터의 장점을 활용하되 다른 지역의 혁신 역량을 동시에 육성하는 병행 전략이 현실적이다.

-반도체특별법에 주52시간 예외가 빠졌다.

△주52시간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긍정적이다. 이는 반도체만의 이슈가 아니라 AI·로봇·자율자동차·2차전지 등 첨단 산업에 함께 적용되는 사안이다. 연구 인력들 사이에서는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미국의 경우 고액 연봉을 받는 연구개발(R&D) 인력은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제도 운영의 차이는 있지만 주요 경쟁국은 혁신 산업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유연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전략을 평가한다면.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AI와 반도체를 연계해서 보는 시각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AI 역량의 핵심은 대규모언어모델(LLM)과 같은 소프트웨어와 이를 구현하는 반도체 하드웨어를 함께 육성하는 것이다. AI 모델 분야에서 유망한 중소기업과 반도체 대기업이 공조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다. 반도체특별법 통과도 의미가 크다. 2023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반도체특별법을 먼저 통과시켰을 때 우리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세제 지원에 머물렀다.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반도체특별법에는 클러스터 지원, 시스템반도체 육성 등이 포함돼 있어 속도감 있는 집행이 기대된다.

-반도체 호황 속에 위기 요인이 있는 것 아닌가.

△과거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였는데 지난해에는 24.4%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HBM 등 고부가 제품이 수출을 견인한 가운데 철강·석유화학 등 다른 산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영향도 컸다. 분명 지금은 기회지만 위기의 불씨도 숨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무너지면 수출과 성장률·고용·설비투자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 반도체 패권을 잃지 않으려면 혁신적인 고부가 제품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혁신 역량을 꾸준히 키워나갈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확대하고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한미 반도체 공급망이 강화되고 있는데.

△미국의 AI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메모리 등 반도체 제조 분야는 취약하다. 한미 양국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는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본다. 미국은 상무부뿐 아니라 국무부도 반도체 글로벌 협력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가 통상을 넘어 경제안보 수단이 되고 있고 이는 한미 간 협력의 굳건한 토대가 된다. 미국은 정당과 정파를 떠나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보조금을,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한국 기업이 미국 투자를 늘리는 것은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공동 투자와 기술 개발, 공급망 리스크 관리 등 협력 분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평가한다면.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취하지 않은 반도체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소부장·설계·원재료까지 전체 공급망을 자국 내에서 구축하려 한다. 미국은 설계, 한국은 메모리 제조, 일본은 소부장으로 역할이 분화된 글로벌 구조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중국은 집적회로(IC) 펀드를 통해 수많은 반도체 스타트업을 육성했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미국의 장비 수출 통제와 한국과의 기술 격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배터리 사례처럼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등장하면 격차가 급격히 좁혀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이 갈륨·실리콘카바이드 등 화합물 반도체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뉴노멀로 굳어지는데.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압박은 일시적 위협이 아니라 미국 반도체 정책의 구조적 변화로 봐야 한다. 최근 미국과 대만 무역 협상에서 나온 ‘미국 내 반도체 투자의 1.5~2.5배에 대해 무관세 적용’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 대해서도 유사한 협상 틀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대만과 미국의 협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면서 정부와 기업이 함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내 투자 확대를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면서도 국내 생산 역량이 약화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이 심상찮다.

△일본과 대만의 반도체 협력은 국익과 기업 이익이 서로 일치하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일본의 지원 수준은 파격적이다. TSMC의 첫 번째 공장 유치 시 설비투자의 30%를 현금으로 보조했고 2년도 안 돼 공장을 완공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 입장에서는 공급망을 자국 내에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위상이 계속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묻어 있다. 한국은 이에 맞서 AI 시대에 맞는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네덜란드의 ASML 같은 전통적 파트너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는 국가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광물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민관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기차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이 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전기차에 이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남=오승현 기자

He is…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보스턴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4년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기계로봇과장·에너지신산업지원단장·산업기술융합정책관 등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때 두 차례에 걸쳐 통상교섭실장을 역임하면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했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 때 한국 수석대표로 참여해 한미 공급망 강화에 기여했다. 대통령비서실 신남방신북방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호주와의 광물 분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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