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 산부인과 11% 늘 때 지방 8% 감소…공백 커지는 지역의료
■지역별 ‘내외산소’ 의원 10년간 변동 현황
대전 산부인과 감소율 22% 달해
출산율 급감에 광역시마저 위기
소청과는 수도권서도 줄어들어
고령 인구 증가로 내과는 28%↑
“단순 의사 증원·수가 인상 넘어
ICT·비대면 진료 적극 활용을”
입력2026-03-03 07:06
수정2026-03-03 07:06
지면 14면
“지역에서 입소문이 났던 산부인과에서 첫째를 낳았는데, 둘째를 임신하고 다시 가려니 ‘분만 진료 중단’ 안내문이 붙었더라고요. ”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이 모(44·여) 씨는 “세종이나 서울로 원정이라도 가야 하나 싶어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 탓에 고위험 산모에 속하다 보니 차로 한 시간 거리의 대학병원에 다니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고령화 가속화로 인해 광역시급 대도시조차 지역 필수의료 붕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내외산소’로 불리는 필수의료 과목의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의료 서비스 최전선에 있는 동네 병원들도 필수과목의 수도권 쏠림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10년간 4개 전문과목 의원 지역별 변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산부인과 의원 수는 2016년 703곳에서 2025년 779곳으로 76곳(10.8%) 증가했다.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601곳에서 554곳으로 10년 새 47곳(7.8%) 줄었다. 각 연도 말 기준 개설 기관 중 표방 과목 데이터가 존재하는 의원을 산출한 결과다.
전국적으로 산부인과 의원은 2016년 1304곳에서 2025년 1333곳으로 소폭(29곳, 2.2%) 늘었으나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대전의 경우 2016년 46곳에서 2025년 36곳으로 10곳(21.7%)이 줄면서 비수도권 광역시 중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실제 대전 서남권에선 2007년부터 지역 산모 분만을 책임져 오던 한 산부인과 병원이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자연분만, 제왕절개 등 분만 진료를 중단한다는 사실을 알려 떠들썩했다. 당시 해당 병원은 산모들에게 보낸 공지문에서 “개원 이래 18년간 관저동·가수원동·진잠동 일대와 계룡시, 논산 지역의 분만을 담당해 왔지만 수년 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해 2024년 합계 출산율이 0.748명이 됐다”며 “낮은 출산율로 인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지역 분만을 담당하려 노력했으나, 이제는 24시간 병원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산부인과만의 사정은 아니다. 유례없는 저출산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청과는 비수도권뿐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가 위기상황에 내몰렸다. 수도권 지역 소청과 의원은 2016년 1296곳에서 2025년 1280곳으로 16곳(1.2%) 감소했다. 비수도권은 876곳에서 879곳으로 간신히 현상을 유지 중이만 세부적으로는 울산(-17.9%), 전남(-14.3%), 대전(-11.1%) 등이 심각한 감소세를 보였다. 수도권 지역 의원 수가 10년 전보다 줄어든 건 4개 과목 중 소청과가 유일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개·폐업 현황’ 자료에서도 소청과는 지난해 전국에서 의원 59곳이 개업하고 89곳이 폐업해 전체 진료과목 중 신규 대비 폐업률이 가장 높았다.
지난 10년간 외과 간판을 달고 운영하는 의원은 수도권에서 115곳(27.1%) 증가하고 비수도권에서 28곳(5%) 줄면서 지역 격차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내과 의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767곳(35.5%)과 495곳(21.8%) 늘면서 전국적으로 1262곳(28.5%) 증가했다. 아이들을 위한 병원이 줄폐업하는 동안 병원을 찾는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의료 지형의 변화는 급격한 출산율 저하로 인한 지역 소멸 현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2016년 대비 2025년 신생아 증감률을 살펴보면 수도권(-30.7%)과 비수도권(-41.3%) 모두 심각한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 기간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인구 역시 연평균 3.0%의 감소세를 지속 중이다. 2024년 이후 출생아 수 감소세가 일시적으로 완화되는 추세이긴 하나,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시·도의 18세 이하 인구수는 최근 10년간 단 한 번의 반등 없이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을 이끌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의료혁신위원회는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강화를 핵심 과제로 도출하고 ‘지역 의사제’ 등 다양한 해법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체감할 만한 현장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 정책과 더불어 정보통신기술(ICT)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료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저보상 필수의료의 수가를 인상하고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비대면 진료는 물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원격 모니터링, 상담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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