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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는 몰라도 부통령은 안다…쿠팡 뒤 ‘16년 김범석 인맥’

김 의장 인맥, 학계·월가 거물급 포진

‘파괴적 혁신’ 크리스텐슨 교수 초기 투자

애크먼, 프랑켈 등 하버드 인맥 연쇄 형성

쿠팡 이사 캐빈 워시, 연준 의장 지명돼

입력2026-03-03 06:01

스탠리 드러켄밀러(왼쪽부터), 김범석 쿠팡Inc. 의장(가운데),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023년 7월 13일(현지시간)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탠리 드러켄밀러(왼쪽부터), 김범석 쿠팡Inc. 의장(가운데),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2023년 7월 13일(현지시간)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린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1월 23일(현지 시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워싱턴DC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쿠팡 사태를 회담의 핵심 주제로 꺼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의 발언 취지는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라는 경고(warn)였다.

한 달 뒤인 지난달 24일에는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쿠팡을 주제로 한 공식 일정을 진행했다. 위원회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한국 법인 임시 대표를 불러 약 7시간 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적 대우를 받았는지 증언을 청취했다. 올해 들어 미국 행정부는 물론 의회까지 쿠팡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는 모습이다.

국내 산업계는 ‘어떻게 미국 부통령과 의회까지 쿠팡을 언급하느냐’며 놀랍다는 반응이다. 세계 어느 곳보다 로비 활동이 치열하고, 고위층과의 접촉이 어려운 워싱턴 정가가 올 들어 일제히 쿠팡을 둘러싸고 움직이는 상황은 통상적인 로비 때문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특히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지만 실제 매출의 90% 이상은 한국에서 발생한다. 나머지 10% 매출도 대만 사업이거나 쿠팡 브랜드가 아닌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파페치’를 통해 이뤄진다. 사실상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명에 가깝다.

이런 쿠팡이 미국 행정부 최고위층과 의회가 거론하는 주요 기업이 된 배경에는 월가 및 학계 거물들과 16년 이상 쌓아온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개인 인맥이 자리잡고 있다. 쿠팡Inc가 회사 차원으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치는 차원이 아니라 미국 엘리트 계층의 소통 논리와 문화에 해박한 김 의장이 그 일원으로써 쌓아온 네트워크가 현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범석(왼쪽) 쿠팡 의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취임식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섰다. 워싱턴특파원단
김범석(왼쪽) 쿠팡 의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취임식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나란히 섰다. 워싱턴특파원단

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관련 김 의장의 미국 내 주요 인맥의 시작점은 ‘파괴적 혁신’ 이론의 창시자인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전 하버드대 교수다. 김 의장은 하버드 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중퇴했다. 그는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시절 크리스텐슨 교수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크리스텐슨 교수도 김 의장의 비전 등에 공감해 쿠팡의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김 의장이 쿠팡을 창업한 2010년, 크리스텐슨 교수가 창업한 벤처캐피털(VC) 로즈파크어드바이저스는 쿠팡의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적인 구루인 크리스텐슨 교수의 투자는 또 다른 미국의 거물들과의 관계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인물이 ‘리틀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월가의 대형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다. 그는 크리스텐슨 교수와 비슷한 시기에 개인 자격으로 쿠팡에 투자했다. 그는 쿠팡 상장 후 1조 원 이상의 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때까지 10년 이상 쿠팡 주식을 보유했다.

애크먼 회장은 특히 개인적 투자에 그치지 않고 또다른 투자자인 파운더스 콜렉티브의 창립자 데이비드 프랑켈을 김 의장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김 의장부터 애크먼 회장, 프랑켈 대표는 모두 하버드 동문이다. 프랑켈 대표는 2021년 쿠팡이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X(옛 트위터)에서 애크먼 대표에게 “빌, 앞으로도 좋은 대학원생 있으면 꼭, 꼭 소개해줘”라고 말했다. 쿠팡 창업 초기부터 김 의장의 동문 네트워크가 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와 관련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은 쿠팡과 관련된 여러 인물들의 공통 분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쿠팡의 영향력 확대에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라는 운도 따랐다. 현직 쿠팡 이사인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최근에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다. 워시 전 이사 역시 하버드 동문이다. 김 의장은 2019년 10월 경제학자인 워시 전 이사를 삼고초려해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워시 지명자는 미 행정부의 ‘막후 경제실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와 10년간 함께 일한 사이기도 하다. 과거 워시 지명자는 CNBC에 출연한 자리에서 드러켄밀러가 오래전부터 쿠팡을 지원한다고 밝혔고 실제 드러켄밀러는 쿠팡 상장 이전부터 지분에 투자하고 있다. 김 의장과 드러켄밀러, 워시 지명자 등 세 명은 2023년 ‘글로벌 재계 사교모임’으로 불리는 미 선밸리 콘퍼런스에서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외신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범석(왼쪽) 쿠팡 의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취임식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당시 미 상무장관 후보자였던 하워드 러트닉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김범석(왼쪽) 쿠팡 의장이 지난해 1월 17일(현지 시간) 워싱턴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취임식 비공개 리셉션에 참석해 당시 미 상무장관 후보자였던 하워드 러트닉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특파원단

미국 정가와 월가에서는 지인의 추천이 있는 상대방과 우선 접촉하거나 업무 관계를 맺는 관행이 보편적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폐쇄적인 끼리끼리 문화(oldboy network)라며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고위층으로 갈수록 검증된 신뢰 관계를 활용하기 위해 서로의 추천에 우선순위를 두는 소통 방식이 일상적으로 활용된다. 김 의장은 이같은 미국 엘리트 문화를 쿠팡 창업 전부터 누구보다 잘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이 하버드 학부 졸업 후 두번째 창업했던 기업 ‘빈티지미디어컴퍼니’는 명문대 출신을 위한 월간지였다.

유통업계에서는 쿠팡이 앞으로 김 의장의 이같은 인맥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내 사업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 미국이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사례로 쿠팡을 내세워 관세를 부과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소비자들의 여론이 악화하고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며 “한국은 수출 구조의 국가인데, 쿠팡이 국가 경제를 흔들고 있다고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탈팡 움직임이 일었던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 대비 하락하는 등 소비자 여론 악화 후폭풍이 현실화된 바 있다.

쿠팡 측은 보유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미 가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쿠팡Inc는 미 하원 법사위가 로저스 임시 대표를 불렀던 지난달 24일 “쿠팡이 미국과 대한민국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를 통해 양국 경제 관계의 개선, 안보 동맹 강화, 무역과 투자를 증진해 양국의 이익에 동시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대응도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27일 정부가 국내 초정밀 지도를 구글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면서 우리 정부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프레임을 어느정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쿠팡 사태에 대한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의 요구에 응함으로써 정부는 미국 테크 기업 차별 기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증명한 셈”이라며 “이에 정부는 미국 기업 차원이 아닌 개별 기업 이슈로 사안을 풀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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