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길 막히자…30·50대, 주식 팔아 집값 보탰다
주택매수 활용 주식·채권 매각액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어 6조 육박
30대·50대서 비중 4~5%대로 쑥
지난달 은행 주담대 470억 줄어
입력2026-03-03 06:00
지면 9면
정부의 대출 규제에 증시 상승세가 겹치면서 주식과 채권을 팔아 주택 구입 자금을 충당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주택 구매에 활용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총 3조 8930억 원으로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주식·채권을 팔아 충당한 주택 매수 자금은 2020년 2조 5140억 원(1.4%), 2022년 1조 1190억 원(1.4%), 2024년 3조 1800억 원(2.6%)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5조 8360억 원으로 6조 원에 육박했다. 올 들어서는 1월만 5290억 원에 달한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의 6억 원 이상 주택 매수자가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자료다.
연령대별로 보면 2020년 주택 매수 자금 가운데 주식과 채권 비중이 1.3%였던 30대는 올 1월 기준으로는 4.5%까지 3배 넘게 상승했다. 30대가 주식·채권 매각 대금을 주택 매수에 활용한 액수는 연간을 기준으로 1조 원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코스피지수가 3000 선을 찍었던 2021년 연간으로 1조 2590억 원(2.0%)을 기록한 적이 있으나 2020년 6820억 원(1.3%), 2022년 2870억 원(1.4%), 2023년 3570억 원(1.7%), 2024년 7400억 원(2.2%) 수준이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탄 지난해 7월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같은 기간 50대도 1.6%에서 5.5%까지 치솟았다. 20대(0.9%→3.1%)와 40대(1.5%→3.8%), 60대 이상(1.0%→3.9%)도 비중이 커졌다.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게 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6·27 대책’과 ‘10·15대책’ 등으로 수도권 차주들의 최대한도가 6억 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자산 처분이나 증여 없이는 고가 주택을 사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줄다 보니 자기 자금에서 활로를 찾는 매수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무주택자인 청년층은 주식 투자 수익을 내 집 마련에 활용하려는 욕구가 강할 수밖에 없다”며 “신혼부부 등 수요자 특성을 감안해 경직된 대출 규제 유연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부동산 압박 정책에 지난달에도 은행권 대출이 감소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6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610조 775억 원으로 전월 말보다 469억 원 줄었다. 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세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6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도 765조 4257억 원으로 한 달 새 3874억 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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