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부터 훑는다…정부, 사상 첫 전국 농지 전수조사 착수
[농식품부, 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
경자유전 원칙 재정비 본격화
소유·임대 정보 전수 파악
현장 조사 전 위험 필지 선별
입력2026-03-03 06:06
지면 8면
정부가 사상 처음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선다.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수도권과 인접 지역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이 유력하다.
3일 관가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이달 중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기준 전국 농지 면적이 약 150만 헥타르(ha)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곧바로 전면적인 현장 점검에 들어가기보다는 사전 자료 정비와 위험 필지 선별 작업이 우선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소유주 정보와 임대차 현황, 농지 취득 자격 증명 발급 이력, 과거 처분 통지 여부 등을 정비하고 행정 데이터를 교차 분석해 점검 대상을 좁혀가는 방식이 거론된다.
1차 점검 대상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농지·관외 거주자가 취득한 농지·개발 수요가 높은 수도권 인접 지역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인력과 예산 여건을 감안하면 대규모 산업단지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발표된 지역처럼 투기 유인이 상대적으로 큰 곳부터 우선 점검한 뒤 범위를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조사 시점과 방식 역시 변수다. 현장 점검은 단순한 작물 재배 여부 확인을 넘어 불법 전용이나 시설물 설치, 농업 경영 계획과 실제 이용 실태의 일치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매년 실태조사가 작물 식별이 가능한 시기에 맞춰 이뤄져 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전수조사도 작물 재배가 본격화하는 5월 이후 드론과 위성 자료를 활용해 정밀도를 높이는 방안이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전국 단위 전수조사는 물리적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드론과 위성 자료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면 조사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행정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수조사 배경에는 농지 관리 정상화를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문제의식과 기존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맞물려 있다. 농지법은 농지를 농업 경영 목적에 맞게 이용하도록 하고 투기 목적 보유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반이 적발될 경우 우선 ‘처분 의무 통지’가 내려지고 1년 이내 매각하도록 기한이 부여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이 내려지며 이후 6개월 내에도 매각하지 않을 경우 해당 농지 공시지가의 25% 범위에서 매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집행 현황을 보면 처분명령 이후에도 매각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이행강제금 부과액은 2019년 47억 9500만 원에서 2020년 67억 2500만 원, 2021년 77억 800만 원, 2022년 90억 50만 원, 2023년 111억 5800만 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대통령이 최근 무단 휴경지에 대한 강제 매각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구조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휴경지가 강제 매각 대상인데 매각 명령 사례가 없다고 한다”며 실질적인 매각 집행을 주문했다. 단순한 이행강제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처분으로 이어지는 집행력을 확보하라는 취지다.
전수조사가 본격화할 경우 위반 적발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적발 이후 실제 매각까지 이어지는 집행 구조를 갖추지 못하면 제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속도보다 설계의 정교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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