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보이지 않는 체결 기술 : 미래 산업 결정한다

임창기 볼츠원 대표

입력2026-03-03 14:59

수정2026-03-03 22:48

임창기

임창기

㈜볼츠원 대표

로봇과 드론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체결 기술을 묘사한 AI 이미지.
로봇과 드론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체결 기술을 묘사한 AI 이미지.

우리 제조업이 오랫동안 등한시해 온 기초 뿌리산업의 기술 표준은 미래 산업 패권과 직결된다. 산업 경쟁력은 눈에 보이는 완성품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규격과 기준에서 시작된다. 기술을 판매하는 국가는 많지만 기준을 설계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역사는 언제나 기준을 만든 국가의 편이었다.

오늘날 피지컬 AI 시대 역시 다르지 않다.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의 영역을 넘어 로봇·자동화 설비·모빌리티·스마트 디바이스 등 물리적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산업의 중심축이 다시 ‘구조’와 ‘정밀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정밀하게 설계된 물리적 구조 위에 구현된다. 그리고 그 구조를 결속하는 가장 기초 단위가 바로 패스너, 즉 볼트다.

볼트는 작다. 그러나 작기 때문에 오히려 산업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항공기, 전기차 배터리 모듈, 협동로봇, 반도체 장비, 의료기기,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볼트가 쓰이지 않는 산업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체결 기술은 단순한 부품 기술이 아니라 구조적 신뢰성, 진동 내구성, 유지보수 편의성, 자동화 적합성까지 좌우하는 기초 인프라다.

문제는 이 핵심 영역이 오랫동안 관성적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점이다. 십자·육각·톡스 등 기존 드라이버 비트 체계는 수십 년간 산업 현장에서 사용되어 왔고 그 자체로 일정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체계는 근본적으로 제한된 접촉 구조 안에서 토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더 높은 체결력을 얻기 위해서는 접촉 단면적을 키워야 해 볼트 헤드가 점점 두꺼워졌다. 힘을 확보하기 위해 ‘두께’를 희생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다.

(왼쪽부터) 십자·육각·볼츠원 볼트 및 드라이버 비트의 종단면 이미지
(왼쪽부터) 십자·육각·볼츠원 볼트 및 드라이버 비트의 종단면 이미지

헤드가 두꺼워지면 카운터보어 가공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제품 내부 공간은 줄어들고 중량은 증가한다. 특히 경량화와 슬림화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는 로봇·드론·전장 부품·모바일 기기 분야에서는 작은 헤드 두께 차이도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설계 현장에서는 “원래 그런 것”이라는 이유로 기존 규격을 그대로 적용해 왔다.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체결 기술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장기간에 걸쳐 발명해 개발한 볼츠원 볼트와 전용 드라이버 비트 체계는 바로 이 구조적 한계를 재정의하는 시도이다. 핵심은 접촉 효율의 극대화다. 개방형 결합 구조와 확장된 접촉면 설계를 통해 비트 이탈을 최소화하고 토크를 보다 안정적으로 전달하도록 했다. 기존처럼 단면적을 키워 버티는 방식이 아니라, 접촉 메커니즘 자체를 바꾸는 접근이다.

그 결과, 헤드 단면적을 과감히 줄이면서도 체결 성능은 오히려 향상되는 구조가 가능해졌다. 초저두·초경량 설계를 통해 카운터보어를 최소화하고, 공간 활용도와 경량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소재 혁신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량화 전략이다. 고강도 합금이나 복합소재 개발에 의존하지 않고도 구조 설계만으로 시스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나아가 비트와 볼트의 사이즈 숫자를 일치시켜 규격 이해의 복잡성을 대폭 줄였다. 현재의 드라이버 비트 체계는 PH, H, T 등 서로 다른 명칭과 적용 범위가 혼재되어 있어 현장 적용 시 혼동을 초래한다. 동일한 M 규격 볼트라도 사용하는 비트가 다르고, 숫자의 의미도 직관적이지 않다. 이는 교육 비용과 관리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반면 볼츠원 체계는 M2에는 IM2, M3에는 IM3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직관성을 확보했다. 자동화 라인과 로봇 체결 공정에서도 설정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체계가 기존 국제 표준과의 단절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범용 십자 골격과의 연속성을 고려해 설계함으로써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고, 산업 생태계와의 호환성을 확보했다. 기존 규격을 완전히 배제하는 혁명적 단절이 아니라, 연속성 위에서 효율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진화다.

볼츠원 볼트(M2, 2.5, 3, 4, 5, 6)와 전용 드라이버 비트(IM2, 2.5, 3, 4, 5, 6)
볼츠원 볼트(M2, 2.5, 3, 4, 5, 6)와 전용 드라이버 비트(IM2, 2.5, 3, 4, 5, 6)

이러한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 49개국에 걸쳐 특허 출원 및 등록을 진행한 것은 단순한 권리 보호 차원이 아니다. 이는 체결 기술을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국제 규격 경쟁에서 선제적 위치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20세기 제조업의 패권은 표준을 선점한 국가가 가져갔다. 나사 규격, 전기 규격, 통신 규격이 그랬다. 피지컬 AI 시대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체결 기술 표준은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완성품 수출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완성품 산업이 성장할수록 기초 부품과 규격의 종속 구조도 함께 강화되어 왔다. 이제는 역으로 생각할 때다. 보이지 않는 표준을 우리가 설계한다면, 완성품 산업의 협상력과 기술 자립도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체결 기술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하나의 기술이 곧바로 국제 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계의 검증, 학계의 평가, 공공 조달 및 인증 체계의 연계,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이다.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지금은 규격 경쟁의 초기 단계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기존 글로벌 표준에 종속된 채 따라가는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볼트는 작지만 그 파급력은 결코 작지 않다. 체결 기술의 구조적 혁신은 설계 자유도, 공간 효율, 경량화, 자동화 적합성, 유지보수 편의성까지 확장된다. 이는 곧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작은 부품의 형상 변화가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바꾸는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의 경쟁은 알고리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을 현실 공간에 구현하는 물리적 인프라의 정밀도와 효율이 함께 경쟁력을 좌우한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체결 기술의 표준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설계의 주체가 과연 우리가 될 수는 없는가.

기술은 준비되고 있다. 필요한 것은 사회적 논의와 전략적 선택이다. 작은 볼트 하나에서 시작되는 표준 경쟁이,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보이지 않는 부품이 보이는 산업 질서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임창기의 피지컬 AI와 패스너
임창기의 피지컬 AI와 패스너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