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서 교육시켜 산업현장 수혈…소상공인도 外人 한시 고용
[문턱 낮춘 이민정책]
법무부, 해외 인재유치 전략 개편
육성형 전문기술 비자 신설
중기 등 인력난 해소에 도움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대학
32개로 늘려 과학 인재 확보
인구 감소 89개 시군구 대상
소상공인 특례제 시범 도입
입력2026-03-03 18:01
수정2026-03-03 23:51
지면 5면
법무부가 3일 내놓은 ‘2030 이민정책 미래 전략’은 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산업 인력들에 대한 기존 유치 정책의 장벽을 낮춰 효과적으로 고학력 인재들이 유입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 세계가 첨단산업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국내 인재 풀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고 국가 경제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저숙련 인력을 해외에서 직접 유입하는 제도로 사회의 경쟁력 제고와 사회 통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저숙련 체류 외국인 수는 2017년 29만 5196명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40만 3995명으로 8년 새 10만 명 넘게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전문 인력은 4만 5685명에서 10만 5165명으로 6만 명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국인 전문 인력 유치 확대를 위해 정부는 기존 제도들의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혜택도 늘렸다. 우선 ‘톱티어 비자’의 발급 대상을 반도체·AI·로봇 등 8개 첨단산업 ‘기업체 인력’에서 교수·연구원까지 추가했다. 구체적인 과학기술 분야는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2월 20명에 불과한 톱티어 비자 발급 인원을 2030년 350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최우수 인재 확보와 함께 과학기술 대졸 인재 유치를 위한 ‘K스타(K-STAR) 비자 트랙’도 확대됐다. 현재 5개 대학(한국과학기술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울산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출신 과학기술 인재에게만 주어지던 ‘영주·귀화 패스트트랙’ 대상을 일반 대학 등 32개까지 늘린 것이 골자다. 이를 통해 우수 인재 확보 규모를 매년 100명에서 500명 이상으로 확대해 4배 이상 추가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조업 인력난을 줄이기 위해 중간급 기술을 지닌 외국 인력이 자연스럽게 국내 산업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기존 이민정책이 당장 노동력이 부족한 산업의 저숙련·저임금에서 외국 인력을 단기 활용하기 위한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번 정책을 통해 고급·중간급 인력을 투트랙으로 수혈해 중장기 이민정책의 기틀을 재정비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이를 위해 ‘육성형 전문 기술 인력 비자(E-7-M)’, 이른바 ‘K코어(K-CORE) 비자’를 신설하기로 했다. 제조업과 관련된 국내 전문대학에서 중간 기술 수준을 갖춘 외국 인력을 육성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제조 인력을 해외에서 바로 들여오는 대신 전문대를 거쳐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법무부는 현재 자동차 제조와 정밀기계 등 16개 전문 기술 학과를 지정해 외국인 중간 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차용호 법무부 외국인정책출입국 본부장은 “K코어 비자로 취업하면 가족을 동반할 수 있다”며 “기존 외국인 노동자는 가족 동반이 안 돼 생산에 치중됐지만 가족들을 동반하면 이들이 소비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 비자의 경우 10종 39개 체계를 고·중·저숙련 3개 체제로 개편한다. 현재 취업 비자 코드가 체계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산업계와 교육계 요구에 따라 산발적으로 신설되고 운영돼왔다는 현장의 목소리에 따른 것이다. 체류 유형별 특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비자 체계를 바꾸면 기업인·고용주·외국인이 필요로 하는 글로벌 인재를 보다 용이하게 영입할 수 있다.
외국인 유치를 통한 소상공인·농어업 인력난 해소 방안도 제안했다. 인구감소지역에 외국인이 찾아와 일하고 살 수 있도록 취업·창업 정보 제공, 사회통합 교육, 자녀 보육 등을 묶은 지역 이민 패키지 프로그램을 설계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역 활력 소상공인 특례제를 시범 도입한다. 대상 지역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인구 감소 지역으로 지정한 89개 시군구다.
아울러 헤드헌팅 기관 등을 지정·등록해 공적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외국 인재 유치기관 등록제’를 시범 도입하고 과학자·스포츠선수 등 우수 인재는 변호사 등 공인된 사람이 국적 대리·대행 신청 가능하도록 제도화하기로 했다.
해외 인력 도입 확대에 부작용이 없도록 국민 일자리 보호책도 만들었다. 법무부는 국민의 일자리와 근로 조건(임금) 등 보호를 위한 산업 유형별, 외국 인력 유형별 임금 요건(하한선)을 설정할 수 있도록 법무부 장관 소속의 ‘외국인임금자문위원회(가칭)’를 설치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지난 수년간 조선 업계에서 외국인을 직고용하며 지역 노동계에서는 “국내 고숙련 노동자들의 임금이 하향평준화됐다”는 불만이 제기됐는데 이러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정 장관은 “매우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외국인 정책을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이민정책이 국가 경제와 민생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각각의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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